대장동에 묻힌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감…기업인 '망신주기'도 여전

입력 2021-10-31 18:14
수정 2021-11-01 01:26

올해 국회 국정감사가 2일 정보위원회의 군 사령부 현장 점검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 10월 1일 시작 이후 한 달 만이다.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감이기 때문인지, 올해 국감은 그 어느 때보다 정쟁이 심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두고 여야가 곳곳에서 정면충돌하면서 민생 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 막말과 고성, 파행이 반복됐고 정책이 있어야 할 자리를 ‘개 인형’ ‘오징어 게임 의상’ 등 ‘쇼’가 차지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이 기업인을 불러놓고 호통치는 장면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대다수 상임위원회에서 대장동 의혹이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6일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감에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개발업체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6명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가계대출 관리 방안, 대출 실수요자 대책 등 금융 현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다.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장동 팻말을 들고나왔고,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도 화천대유의 탈세 의혹이 집중 조명됐다. 지난 18일 행안위, 20일 국토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은 온통 ‘대장동 국감’이었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 자격으로 출석한 이 자리에서 경기도정 관련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고성과 막말도 난무했다. 여야가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팻말 전쟁’을 벌이면서 상임위가 파행을 빚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란 팻말을 내세웠고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을 변질시키려는 시도”라고 반발하면서 국감이 ‘늑장 개시’되기 일쑤였다.

지난 26일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감은 파행과 설전이 오간 끝에 밤 12시를 넘겨 27일 새벽에야 종료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특검 요구’라고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타나자 민주당이 항의하면서 국감은 25분 만에 파행됐고 오후 3시에야 재개됐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국토위 국감에서 불도그 인형을 가지고 와 “대장동 부근에서 데려온 애인데 구린내를 풍겨서 ‘대똥이’로 이름을 바꿨다”고 이 후보를 비꼬았다. 송 의원이 20일에도 국감장 책상 위에 같은 인형을 올려놓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 국감은 ‘플랫폼 국감’으로 불릴 만큼 플랫폼 기업인이 대거 국회로 불려 나왔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두 창업자가 나란히 국감장에 선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김 의장은 다른 상임위 국감에도 출석하면서 올해 국감장에만 세 번이나 나왔다. 하지만 이날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의원 일부는 누리호 발사 현장 참석을 이유로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날카로운 질의 대신 눈에 띄는 의상이나 소품을 등장시켜 여론의 관심을 끌려는 장면도 많았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의상인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국감장에 나왔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환경부 국감에서 새만금 공사 현장의 침출수가 오염됐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침출수가 채워진 수조에 미꾸라지와 금붕어를 집어넣었다. 물고기들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폐사했고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됐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문체위 국감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5세 관람가로 판정한 일부 영상물이 온라인에서 성인물로 유통된 콘텐츠라는 점을 지적하며 유해 사이트 화면을 노출해 논란을 빚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