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원자가 축구공 형태로 뭉친 신소재 ‘풀러렌’을 리튬이온 2차전지 음극재(음극활물질)로 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차전지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조채용 부산대 나노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이런 기술을 개발해 관련 논문을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에 실었다고 31일 발표했다.
리튬이온 2차전지 음극재는 흑연이 주로 쓰인다. 양극에서 넘어온 리튬이온을 저장(충전)하고, 다시 양극으로 넘기는 과정(방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충·방전이 반복되면 흑연에 구조 변형이 생기고 이는 2차전지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실리콘 계열 음극재 등 대체 소재가 떠오르고 있다. 대주전자재료, 한솔케미칼 등이 이를 개발하고 있다.
흑연은 ‘비용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충·방전이 반복될 때 구조가 쉽게 변한다. 비용량은 전극 소재가 가질 수 있는 전자 수(단위 질량 또는 부피당 전하의 양)를 말한다. 흑연의 g당 비용량은 372밀리암페어시(㎃h)다. 반면 실리콘의 경우 리튬 이온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4200㎃h까지 높아진다.
흑연, 그래핀과 같은 탄소동소체인 풀러렌은 탄소 원자 60개가 오각형과 육각형 꼭짓점으로 연결된 축구공 모양으로 돼 있다. 연구팀은 열증발-냉각법을 활용해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풀러렌 입자를 균일하게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를 리튬이온과 조합해 2차전지 음극재에 적용해보니 비용량이 2배가량 높아졌고, 1000회 이상 충·방전에도 80% 이상 안정성(변화율 20% 이하)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X선 회절분석기, 투과전자현미경 등을 통해 이런 성능을 확인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