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이 ‘철강 슈퍼사이클’에 따른 특수강·강관 판매 호조로 1960년 창립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아그룹의 양대 주력사는 특수강을 생산하는 세아베스틸과 강관(파이프)을 제조하는 세아제강이다. 이들 기업은 자동차, 기계 등 전방산업 수요 증가로 ‘슈퍼 호황’을 누리고 있다. 두 기업을 각각 이끄는 이태성·이주성 부사장은 해상풍력 사업을 확대하고 수소사업에 새로 진출해 그룹 외형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창립 61년 만에 최대 실적 예고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세아홀딩스는 올 3분기까지 23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탄소합금강 등 특수강을 다품종 생산하는 핵심 계열사인 세아베스틸의 영업이익은 1193억원으로 집계됐다. 세아베스틸은 자동차, 기계 부품 등에 주로 사용되는 특수강 내수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세아창원특수강(옛 포스코특수강)도 같은 기간 8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4분기에도 철강업 호조가 예상되고 있어 세아홀딩스 영업이익은 2011년(3482억원) 이후 10년 만에 연 3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세아그룹은 이례적으로 두 개의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을 주력 계열사로 둔 세아홀딩스를 그룹 장손이자 고(故) 이운형 선대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세아제강을 핵심 계열사로 둔 세아제강지주의 대주주는 이순형 현 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주성 부사장이다.
세아제강지주도 올 3분기까지 1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연 2000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세아제강의 주력 제품인 강관은 진입장벽이 낮아 국내외 업체가 난립하는 공급 과잉 시장이다. 이 때문에 세아제강지주 영업이익은 2015년 이후 한 차례도 1000억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 들어 글로벌 에너지프로젝트 재개 등에 힘입어 강관 수요가 급증한 영향을 톡톡히 봤다.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을 비롯한 강관제품 다변화 전략도 세아제강 실적을 견인했다.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1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작년 한 해 영업이익(801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다. 연간 영업이익 기준으로 2011년(4906억원)을 넘어 창사 이후 처음으로 5000억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풍력·수소로 그룹 외형 확대그룹의 ‘쌍두마차’ 격인 이태성·이주성 부사장은 1978년생으로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그룹 안팎에선 올해 말 정기인사에서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역대급 실적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한 데다, 부사장에 오른 지 4년이 지나 승진에 무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젊은 직원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두 부사장 앞에 놓인 과제도 적지 않다. 외형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가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자산 기준 재계 순위에서 세아그룹은 작년 40위에서 올해는 46위로 6계단 떨어졌다. 2016년 38위에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재계 30위권에 재진입하기 위해선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아그룹은 이를 위해 해상풍력발전과 수소저장탱크, 전기자동차 모터 등을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세아제강은 영국에 4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모노파일 생산공장을 건립 중이다. 세아베스틸은 해상풍력 발전기와 전기차 모터에 들어가는 파스너(볼트, 너트) 생산과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부품 소재 및 수소저장탱크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