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도로 인프라 발주…SI 中企 '10년 먹거리' 수주전

입력 2021-10-31 18:00
수정 2021-11-01 00:40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지방도 등에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본사업이 첫삽을 떴다. 국가 차원의 자율주행 인프라 사업이 중견·중소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본격 자리매김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8일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 사업공고를 내고 입찰에 시동을 걸었다. 경부선을 비롯한 수도권 고속도로 815.2㎞ 구간에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해온 데 이어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본사업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완벽한 자율주행을 구현하려면 차량과 차량 간 통신뿐 아니라 차량과 사물 간 통신도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아우르는 통신기술(V2X)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차량용 단말기(OBU)와 도로용 기지국(RSU)을 설치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입찰 공고에 따르면 이번 사업을 통해 RSU는 524대, OBU는 96대가 설치될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는 11월 말 업체를 선정한 뒤 12월 초 공급 계약을 맺는 즉시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에 대비해 시스템통합(SI) 업체를 중심으로 기술력 있는 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물밑 움직임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보정보통신, 현대오토에버, 롯데정보통신 등이 유력한 SI 업체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통신기술 업체 중에선 켐트로닉스와 이씨스, 아이티텔레콤 등이 핵심 기술을 보유한 주요 기업으로 손꼽힌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켐트로닉스는 판교제로시티, 세종시 자율주행차 인프라 구축 사업, 제주 버스정보시스템, 대구 수성 알파지구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수행한 것이 강점이다. OBU와 RSU를 포함한 V2X 모듈도 생산한다.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부품 전문기업 이씨스도 ‘대전→세종’을 비롯한 여러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앞서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한 ‘자율협력 주행을 위한 V2X 인프라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V2X 단말기도 개발해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기점으로 2025년까지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약 3만㎞ 구간에 RSU가 설치될 예정”이라며 “인프라가 갖춰지면 완성차 업체들도 신차에 OBU를 탑재함으로써 자율주행 인프라 관련 시장이 앞으로 5~10년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