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던 우유 시장에 파문이 일고 있다.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의 후폭풍을 맞아 총체적인 난국에 봉착한 게 결정적인 계기다. 남양유업 사태의 반사이익이 경쟁사인 매일유업에 돌아갈 것이란 전망과 달리 제3의 경쟁자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양상이다. 소비자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유통업체의 자체상표(PB) 우유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업계 ‘빅3’인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이 장악하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남양유업에 등 돌리는 소비자들
31일 한국경제신문과 영수증 리워드 앱 ‘오늘뭐샀니’의 운영사인 캐시카우가 지난 1~9월 약 1300만 개(누적 기준)의 개별 소비자 영수증을 분석한 결과 9월 남양유업의 구매경험도는 18.3%로 집계됐다. 6월(21.2%)에 비해 2.9%포인트 떨어졌다. 구매경험도는 해당 제품 카테고리의 전체 구매자 중 특정 제품 구매자 비중을 나타낸 수치다.
남양유업은 4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무리수 마케팅’으로 물의를 빚은 뒤 홍원식 회장의 갑작스러운 회사 매각 결정과 번복, 그리고 이를 둘러싼 법정 다툼 등 끊임없는 악재에 휩싸여 있다. 소비자 구매경험도 하락은 남양유업을 둘러싼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남양유업에 등을 돌린 소비자들은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으로 향하기보다 이마트 PB 우유를 택했다. 이마트 PB 우유의 구매경험도는 6월 12.2%에서 9월 13.7%로 1.5%포인트 상승했다. 1월(8.1%)과 비교하면 5.6%포인트 올랐다. 반면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은 별다른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연초 대비 구매경험도가 하락하고 있다. 서울우유의 구매경험도는 1월 50.9%에서 9월 46.9%로, 매일유업은 같은 기간 20.9%에서 16.9%로 떨어졌다.
남양유업의 제품충성도는 서울우유와 매일유업뿐 아니라 이마트 PB 우유에도 밀려났다. 제품충성도는 일정 기간 소비자가 다른 제품은 사지 않고 오로지 한 회사의 특정 제품만 산 비중을 말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대규모 할인행사 등을 통해 구매경험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직 남양 제품만 고집하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분석했다.PB 우유 제품충성도 높아
이마트 PB 우유는 제품충성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1월 58.6%에서 9월 66.1%로 7.5%포인트 증가했다. 제품충성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우유(73.9%)를 7.8%포인트 차이로 쫓고 있다.
PB 우유의 경쟁력은 단연 가격이다. 이마트의 식품 PB 노브랜드와 피코크가 판매하는 우유 상품은 ‘빅3’ 브랜드 우유 가격을 크게 밑돈다. ‘상식 이하의 초저가’를 내세운 노브랜드의 우유 ‘굿모닝 굿밀크(1L·사진)’ 가격은 1580원으로 100mL당 158원이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남양, 매일 등 브랜드 우유(900mL 기준) 가격이 100mL당 270원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반값 수준이다. 올해 10월까지 이마트 PB 우유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PB 우유 재구매율은 47%에 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우유는 생필품 성격이 강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은 대표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우유 연관상품인 시리얼 제품도 상관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 PB 시리얼의 최근 6개월간 구매경험도는 7.3%로 농심 켈로그(53.8%), 동서식품 포스트(52.4%)에 크게 못 미치지만 PB 우유 구매자의 PB 시리얼 구매빈도는 높게 나타났다. 설준희 캐시카우 대표는 “PB 우유 품질에 만족한 소비자가 PB 시리얼에도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박종관/노유정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