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페이스북에서 사명 변경)’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181명에게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놨다. 메타는 회원 정보를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집단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법원이 인용할 경우 메타의 배상금이 최대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위 산하 분쟁조정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페이스북 대상 집단분쟁조정안을 재심의한 결과 피해구제 신청인 181명에게 각 3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신청인의 개인정보를 받은 제3자의 신상과 제공된 개인정보 유형과 내역을 신청인들에게 열람하게 하라는 내용도 중재안에 담겼다.
이번 결정은 페이스북이 회원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사업자에게 회원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과 관련해 지난 4월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신청인들은 메타가 ‘페이스북 친구’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 개인정보보호 관련법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지급 △제공된 개인정보 유형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제3자 정보 등을 요구했다.
개인정보위는 이런 위반 행위가 2012년 5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약 6년간 이어져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 1800만 명 중 최소 33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제공됐다고 보고, 작년 11월 페이스북에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인 67억원을 부과했다.
이번 조정안을 당사자들이 모두 수락하면 민사소송법상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라도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 불성립’으로 종결된다. 메타 측은 이번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을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중재안은 메타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같은 사안으로 80여 명의 페이스북 회원은 메타 측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에서 정부 결정을 참고해 30만원 지급 판결을 내리면 대규모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며 “이 경우 소송 규모는 1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