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 배터리 기술기업 팩토리얼에너지와 손잡고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한다. 차세대 배터리로 거론되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기업과의 협업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대차·기아는 팩토리얼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이 회사와 전고체 배터리 공동개발협약(JDA)을 맺었다고 29일 밝혔다. 투자금액은 수백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사추세츠에 본사를 둔 팩토리얼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액체 전해질보다 성능이 높고, 안전성이 강화된 고체 전해질을 개발해 주목받는 회사다. 현대차·기아는 팩토리얼과 전고체 배터리의 셀, 모듈, 시스템뿐 아니라 배터리 양산과 전기차에 적용되는 단계까지 아우르는 통합 기술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고체 전해질은 액체보다 전기 전도도가 낮기 때문에 60도 이상에서만 충·방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팩토리얼이 개발한 고체 전해질 ‘FEST’는 상온에서도 40Ah 규모의 셀을 작동시킬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주행거리가 20~50% 늘어난다는 게 팩토리얼 측 설명이다. 또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설비에서 제조할 수 있어 양산에 유리하다.
현대차·기아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를 시범 생산하고 2030년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시유 황 팩토리얼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으로 우리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이 검증받았다”며 “안전하면서도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로 전기차의 대량 도입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혁신 조직인 ‘현대크래들 실리콘밸리’가 주도했다. 헨리 정 현대크래들 실리콘밸리 대표는 “전고체 전환을 위한 원활하고 효율적인 팩토리얼의 새 제조 방식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기업에 투자한 것은 미국 솔리드파워, SES에 이어 세 번째다. 다양하게 분화하는 전고체 기술에 분산 투자해 향후 기술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앞서 솔리드파워는 포드, BMW에서도 투자받았다. SES는 제너럴모터스(GM)의 지원도 받고 있다. 폭스바겐은 퀀텀스케이프,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손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와 배터리회사, 배터리사와 스타트업, 스타트업과 완성차 등이 합종연횡 방식으로 손 잡고 새로운 전고체 배터리 표준을 선정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