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2%(연율 기준)에 그치면서 글로벌 경제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2분기 각각 6.4%, 6.7%와 비교하면 추락이라 할 정도다. 델타 변이 확산에다 물류난 및 공급망 차질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가중되는 인플레이션 경고와 코로나 지원정책의 후유증인 미국 특유의 인력난도 악재였다는 평가다.
복합적 원인들이 어떻게 맞물렸든 간에, 호조세였던 미국 경제가 급제동 걸리고 안갯속에 빠진다면 세계경제 회복에 큰 변수가 된다. 내달부터 ‘위드 코로나’로 활로를 모색하는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앞서 발표된 중국의 3분기 성장률도 4.9%로 역대 최저여서 위기감이 가중된다. 중국 경제 침체에도 구조적인 ‘글로벌 취약요인’이 작용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유동성 위기와 전력난 같은 중국 내부요인 외에 가속화하는 인플레이션 징후, 급등하는 유가·원자재 가격, 자동차·조선·휴대폰 등 주요 공산품의 부품난이 각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두 거대 국가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국내 거시경제와 산업현장 시계(視界)도 불투명하고 좁아졌다. 지난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은 ‘한계기업’이 41%로 사상 최대에 달했다는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긴장감과 불안심리가 한층 커진다. 수출기업들의 분투로 거시지표가 최악은 면하고 있고, 거듭된 중소기업 대출 연장으로 아슬아슬하게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 발표된 9월 산업활동동향이 석 달 만에 소폭 반등한 정도로 안심할 상황이 결코 아니다.
이렇게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상황과 딴판으로 정부당국의 인식은 무척이나 안일해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해외에서 길게 날린 9월 산업생산에 대한 ‘논평’만 봐도 위기의식이나 긴장감이 잘 안 보인다. 유류세 인하 이상의 위기대응 플랜A와 B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돌아보면 대통령의 경제상황 인식부터 자화자찬에 가까울 정도다.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그 자체로 큰 부담인데, 우리 의지로 이렇다 할 대처방안도 마땅찮다는 게 고민이다. 이런 판국에도 재정만능의 예산의존증은 더 심해지고, 제어장치도 견제그룹도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취약계층부터 치명타를 입는데 정부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무작정 대출만 틀어막으면 급증하는 이자 부담은 절로 해결되나. 포퓰리즘에 찌든 대선판이야 그렇다 쳐도, 정부는 본연의 책무를 다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