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동향에 대해 통일부가 “사실상 선대(김일성·김정일) 수준의 정치적 위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내부 결속을 통해 1인 독재 체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했다는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와 관련한 질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차를 맞이해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는 동향이 지속 파악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 등 선대와 차별화하는 통치사상의 강화, 확산의 흐름도 지속되고 있다”며 “북한이 현재까지 김정은주의를 공식적·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은 만큼 통일부는 그 의도 등을 예단하기보다는 관련 동향을 지속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북한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독자적인 새로운 사상 체계로 정리하는 시도가 있는 것 같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집권 10년차를 맞이한 김정은이 김정은주의를 새로운 독자적 사상 체계로 정립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정은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혁명의 걸출한 수령이시며 인민의 위대한 어버이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라고 하는 등 김정은을 ‘수령’으로 지칭한 바 있다. 아버지인 김정일도 생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수령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으로의 정치권력 집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내부 결속에 나선 것과 달리 한·미와의 대화에는 여전히 나서지 않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을 동행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8년 문 대통령의 방북 제안에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방북 문제가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