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일본 여행의 필수 예약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라쿠텐 트래블을 이용하면서 ‘노쇼(no show: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것)'나 무단 해약을 반복하면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라쿠텐그룹은 내년부터 온라인 여행·외식 예약사이트인 라쿠텐 트래블에 악질적인 예약취소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28일 발표했다. 과거 사례 가운데 예약내용을 200개 항목에 걸쳐 분석해 '블랙리스트(악질 고객)'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고객이 숙박시설이나 식당을 예약하면 실제로 이용할 의사가 있는지를 전화로 확인한다.
라쿠텐은 지난해 무단 예약취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된 상위 3%의 예약고객에게 전화로 이용의사를 확인하는 사전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블랙리스트 고객의 약 40%가 실제로는 이용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예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과 료칸 등 숙박시설과 식당은 이용의사가 없는데도 예약을 한 것이 확인된 고객을 대상으로 취소 절차를 진행해 피해를 방지할 계획이다. 라쿠텐은 라쿠텐 트래블을 이용하는 숙박시설과 식당 전반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이용자에게 '취소에는 요금이 발생한다'는 인식을 정착시켜 나가기로 했다.
라쿠텐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무단 예약취소와 노쇼로 인한 여행업계의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노쇼로 인한 '식품 로스(loss·손실)'는 연간 2000억엔(약 2조601억원)에 달했다. 여행업계의 손실도 100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과 외식업계 입장에서 노쇼와 무단 해약은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현지에서 현금으로 비용을 결제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취소수수료를 부과하기도 쉽지 않다는게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라쿠텐 트래블의 악질 예약 방지 프로그램은 일본 시스템통합(SI) 전문 정보기술(IT) 회사인 TIS가 개발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