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상대국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리 총리가 ‘당사국 주의’를 강조하며 미국의 정치적 개입을 견제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 태도를 문제 삼았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화상으로 열린 EAS에서 중국의 최근 정치적 행보를 공개 비판했다. “미국이 대만에 바위처럼 단단한 약속을 했다”고 밝힌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우려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신장과 티베트 인권, 홍콩 주민 권리를 위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 분명한 개입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발언한 리 총리는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 국가들의 노력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역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의장 밖에선 대만의 유엔 기구 참여를 지지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발언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라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 발언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 약속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 미군이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미군 주둔 사실을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대만 총통이 미군 주둔을 확인한 것은 수십 년 만이라고 CNN은 전했다.
미·중 간 군사 충돌 위험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오옌중 중국 인민해방군군사과학원 연구원은 한 포럼에 참석해 “올해 중국을 겨냥해 미군이 근접정찰 작전을 수행한 것만 2000건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