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출국한다.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출장 전 자신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인프라 딜’을 마무리지으려 했다. 출장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민주당 내 의견차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회의만 거듭했다.
공백이 생긴 건 이뿐만이 아니다. G20 정상회의 준비에서도 빈틈이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G20 중 15개국의 미국대사가 공석인 상태로 상대국 정상을 만난다. 지난 1월 취임한 뒤 9개월이 넘었지만 G20 중 80%가량의 대사 임명을 끝내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야당인 공화당의 몽니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정확히 말하면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대사 지명자의 상원 인준을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과 관련해 러시아 외에 독일에 대해서도 제재를 하라고 백악관을 압박하면서 해외 대사 임명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현재 G20 중 일본 등 8개국의 대사를 지명했지만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국교를 수립한 189개국 중 97개국의 대사를 공석으로 두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미 국무부의 고위직 111명 중 87명이 공석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인준 지연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역대 어떤 정부보다 ‘낙하산 대사’를 많이 내고 있어서다. 정통 외교관이 아닌 정무직 인사를 임명하면 의회 내 인준 절차가 더 느려진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새로 임명한 69명의 대사 중 61%인 42명이 직업 외교관이 아니라 외부 출신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30%)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43%) 때보다 외부 출신 비율이 월등히 높다.
바이든 행정부가 아예 인사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미국외교협회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54개국의 대사를 임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G20로 범위를 좁히면 7개국의 대사를 정하지 못했다.
동맹국인 한국도 이 범주에 속한다. 지난 1월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을 떠난 지 10개월째지만 여전히 공석이다. 7월 본국으로 돌아간 로버트 랩슨 부대사의 후임으로 온 크리스 델 코르소 부대사가 대사대리를 맡고 있다. 보다 못한 한국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이 “주한 대사를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묵묵부답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느림보 외교’가 가까운 시일 내 바뀌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