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앞두고 회원권 시세 브레이크

입력 2021-10-28 18:08
수정 2021-10-28 23:47
매섭게 치솟던 골프회원권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골프 성수기인 ‘가을 대목’을 기대한 업계의 예상과 달리 시장이 반응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예고한 데다 그간 얼어붙었던 여행업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면서 해외 골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시장에서 사라진 ‘가을 특수’ 국내 최대 회원권 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이 집계한 에이스피(ACEPI)는 지난 27일 1179.4포인트를 기록했다. 20일 1180포인트 고지를 밟은 뒤 후퇴했다.

올 1월 1000포인트 초반대이던 ACEPI 지수는 두 달 만인 3월에 1100포인트를 돌파했고, 골프 성수기인 가을에는 1200포인트를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보였다. 이후 계단식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여전히 1100포인트대에 머물고 있다. 4월 1103포인트였던 지수는 지난 6개월 동안 7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1포인트 오른 것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더디다.

업계는 회원권 시장 흐름이 강보합세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 목적의 거래가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정부가 예고한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는 시점이 골프업계 성장세의 변곡점이 될 거라는 우려가 겹쳤다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여행업계는 ‘보상 소비’ 차원의 해외 골프 수요를 고려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가 이달 선보인 해외 골프투어 상품은 벌써 동났다. 제주항공도 태국 전세기를 띄우면서 ‘해외 골프 여행’의 문이 서서히 열리는 모습이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본부장은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 코로나19로 갇혀 있던 여행 욕구가 분출되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골프업계가 누려온 ‘코로나 수혜’가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회원권도 ‘똘똘한 한 채’가 대세일부 회원제 골프장의 ‘갑질’도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린피 인상은 물론 최근에는 회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회원 혜택을 변경하는 골프장이 늘었다. 형식적인 만기 약정을 빌미로 기존 회원들의 탈회를 요구하는 골프장도 있다. 이 경우 ‘프리미엄’을 내고 회원권을 산 회원들의 금전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회원권을 갖고도 티타임을 잡지 못하는 사례까지 속출하면서 회원과 골프장 간 소송전도 잇따른다. 8월에는 충북의 한 골프장 회원들이 골프장을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최근 회원권 수요는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똘똘한 한 채’에 쏠리는 분위기다. 골퍼가 직접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제’ 골프장, 사단법인제 회원권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사단법인 골프장 서울CC(고양)의 경우 올해 초 4억6919만원에 거래되던 회원권이 최근 5억1785만원으로 치솟았다. 주주제인 신원CC(용인)의 회원권 거래가는 4월(6억8016만원)보다 17.6% 오른 8억원을 찍었다.

위드 코로나에도 몸값 상승이 예상되는 세종포천고속도로(제2경부고속도로·2023년 완공) 인근 골프장에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5억원 초반대에 시세가 형성됐던 아시아나CC(용인) 회원권은 최근 7억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월 1억7500만원이던 안성베네스트(분양가 1억5000만원 회원권 기준) 시세도 이달 1억9500만원으로 뛰어 약 10년 만에 2억원대 복귀를 앞두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