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동해안 최대의 만(灣)인 영일만을 가운데 둔 해양도시입니다. 주민들은 204㎞의 해안선을 따라 오래 전부터 수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왔지요. 연안과 해중, 해저 생태계와 해양여건을 고려해 해양관광 개발정책을 수립한다면 철강산업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주도했던 포항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겁니다.”(양위주 부경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포항시와 한국경제신문사, 한국경제TV 주최로 26일 포항시 지곡동 포스텍 포스코 국제관에서 열린 ‘2021 포항시 해양관광산업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포항의 차별화된 해양관광 프로그램을 발굴·육성하면 ‘해양관광 허브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양레저 생태계 구축해야”
한국은 1만2000㎞에 이르는 해안선과 세계 5대 갯벌 자원, 3200여 개 도서 등 해양국가로서의 자연·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해양관광은 그동안 해수욕, 생태·도서(島嶼) 탐방, 바다낚시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포항시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해양관광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다에서 찾아낸 포항의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포항시가 보유한 천혜의 자연관광에 전통·문화·예술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장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종합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해양레저 친수(親水)문화 육성과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홍 연구위원은 “해양레저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친수문화’ 보급이 필수적”이라며 “청소년 해양레저 체험과 지역축제 등으로 대다수 시민이 해양레저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된다면 해양레저 도시 브랜드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양산업 생태계 구축은 포항이 직면한 과제다. 포항은 연간 방문객이 12만 명에 이르는 경북권 최대 해수욕장을 보유한 것은 물론 경북 내 마리나 시설 거점지역이자 해양레저 스포츠의 중심지다. 해양문화자원과 박물관, 생태관광 등 해양레저관광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된 상태다. 홍 연구위원은 “관광 프로그램은 물론 해양레저 관련 서비스산업과 장비 등 제조업까지 아우르는 산업육성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형 한국해양대 해양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언택트 관광, 그리고 해양관광’이라는 주제로 토론에 나섰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 트렌드로 ‘SAFETY’를 제시했다.
근거리(Short distance), 야외활동(Activity), 가족단위(Family), 자연친화(Eco-area), 인기관광지(Tourist site), 관광 수요회복 조짐(Yet)의 첫 글자를 합친 단어다. 그는 “자연과 호흡하고 이를 통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여가형 해양레저가 발전할 것”이라며 “여행자들이 안전하고 원활한 비대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전략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루즈·요트 통한 특성화 전략 필요”“포항이 크루즈와 요트 등 마리나산업을 중심으로 차별화한 해양레저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천중 용인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포항이 크루즈산업을 육성한다면 일본과 러시아를 거쳐 들어오는 크루즈 관광객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며 “이들의 방문으로 포항은 경주와 대구까지 살리는 경북 중심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웅 현대요트 대표는 “요트는 바다 위에서 ‘나만의 공간’을 즐길 수 있어 비대면 시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레저”라며 “요트산업은 해양 레저관광의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또 “요트산업은 요트업체뿐 아니라 수리·부품업체,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쇼핑센터, 숙박시설까지 연계된 산업이 다양하다”며 “해양레저관광도시 육성을 위해선 요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엄대영 위덕대 건강스포츠학부 교수는 “해양레저스포츠와 축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영일대해수욕장을 요트, 윈드서핑, 패러세일링 등 세일링 특화 지역으로 만들고 스쿠버다이빙 명소로 지정해 해중 공원과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등 특성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