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 아마존, 아람코(사우디 국영석유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에 이어 세계 여섯 번째이고, 자동차업체 중에서는 처음이다. 창업 18년, 나스닥 상장 11년 만에 일궈 낸 성과다. 특히 테슬라 시총은 도요타, GM 등 글로벌 9대 자동차기업의 합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혁신의 위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주지하다시피, 테슬라의 강점은 세상에 없는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했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아니라 ‘바퀴 달린 컴퓨터’라는 콘셉트로 전기자동차를 만들었고, 부품 생산공정과 유통시스템 등 자동차 생태계도 획기적으로 바꿨다. 이제는 자율주행과 우주 개발,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이런 사업을 머스크라는 광인(狂人)에 가까운 혁신가가 ‘사기꾼’ ‘몽상가’라는 조롱을 감내하며 밀어붙였고, 투자자들은 2018년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회사에 가능성만 보고 투자했다. 정부가 기업 활동에 개입하지 않고 규제 완화와 감세 등으로 꾸준히 지원한 것도 테슬라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기업가의 혁신과 투자 자본, 자유로운 경영환경 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 기적을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정크본드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가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것은 금융계의 신기원”(블룸버그통신)이라는 평가가 그냥 나온 게 아닌 셈이다.
한국도 반도체, 배터리, 스마트폰, 초박막TV 등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고도 전체 상장사 시총 총합이 테슬라의 두 배 수준에 불과하다. 이유는 차고 넘친다. 자본시장 규모 등은 차치하더라도, 정부의 과도한 경영간섭과 규제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한창인데도 곳곳에 숨은 ‘손톱 밑 규제’로 공장 증설이 수년째 막히고, 갈수록 심해지는 친(親)노조 정책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고 있다. 또 말로는 공유경제, 혁신경제 하면서 ‘타다 금지법’ 같은 반(反)혁신 규제를 만들고, 선거 때면 가격 개입까지 서슴지 않는다. 국감 때 빅테크 기업인들을 불러다 호통치고 뒤로는 ‘민원 거래’하는 관행도 한국에만 있는 기업 리스크다.
이런 ‘거꾸로 선’ 기업 환경에서 테슬라와 같은 기적을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제2 건국’에 나선다는 각오가 아니면 ‘4차 산업혁명 선도국’ 등 그 어떤 구호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