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이제 시작인데…항공주 '고평가' 논란

입력 2021-10-26 17:11
수정 2021-10-27 01:35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면서 항공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행 수요 회복을 가정해도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 주가는 연초 이후 53%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30일과 비교하면 약 70% 올랐다. 진에어는 코로나19 직전 대비 73% 올랐다. 제주항공은 연초 이후 50% 가까이 오르며 2020년 1월 초 주가를 회복했다.

자산운용업계는 항공주의 실제 밸류에이션은 이미 고평가 상태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기간 대규모 유상증자로 시가총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밸류에이션은 눈에 보이는 주가가 아니라 시가총액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월 2일 시가총액이 2조6414억원이었다. 2021년 10월 26일 현재 시총은 10조9042억원이다. 주가는 70%가량 올랐지만 시총은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작년 7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4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영향이다.

진에어 시가총액도 2020년 1월 4950억원에서 10월 현재 1조283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진에어도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3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제주항공도 작년 8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고, 올해 10월에도 2066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현재 항공주의 가치는 몇 년 후 여행 초호황을 가정해 매겨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행이 재개되더라도 상승세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투자자의 기대처럼 추가로 50~100% 오르는 게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항공주 투자 의견을 ‘매수’로 제시했지만 2023년 실적 기준으로 상승 여력이 20%에 그칠 것이란 계산을 내놨다. 2023년은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대한항공은 2016년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1조1208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12월 말 대한항공 시가총액은 1조9922억원이었다. 시총은 5배 이상 늘어났지만 실적은 2016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내년 영업이익은 7735억원, 2023년은 1조1314억원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의 대한항공 평균 목표주가는 현 주가 대비 24% 높은 3만8773원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가 항공주를 처분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