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요양산업도 '디지로그' 시대

입력 2021-10-26 17:45
수정 2021-10-27 01:50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하지만 고령자 대상 서비스는 대부분 20년 전 모습과 별다를 바가 없다. 요양보호사가 전문시설 대신 고령자의 집을 방문해 식사·청소 등을 돕는 ‘재가요양’ 시장이 대표적이다. 작년 기준 시장 규모는 5조원대, 서비스 대상자 수는 100만 명에 달하는데도 동네에 하나씩 있는 영세 방문요양센터가 주축을 이룬다. 노인들은 병원이나 이웃을 통해 알음알음 요양센터를 찾는다. 주요 서비스 기록은 수기 메모로 끝나기 십상이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이 같은 재가요양 시장에 플랫폼·구독형 솔루션 모델을 적용했다.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는 “마케팅이나 행정업무는 디지털화(DX)를 통해 고도화하고, 노인들에 대한 돌봄서비스는 옛 아날로그 방식을 유지해 ‘인간적 따뜻함’을 높이는 게 목표”라며 “이 같은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방식으로 초고령사회 실버산업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스마일시니어’라는 방문요양 브랜드를 운영한다. 데이터 기반 인터넷 마케팅 등을 통해 고령자에게 국가 지원을 받는 방문요양 서비스를 소개·설계해준다. 이 대표는 “재가요양 시장의 특징은 서비스를 신청하는 보호자, 서비스를 받는 고령자, 서비스를 공급하는 요양센터 등이 서로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DX를 통해 서비스 신청·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주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행정 자동화 솔루션 ‘하이케어’도 운영한다. 건강보험공단 증빙서류 작업, 요양보호사 출퇴근 관리 노무 관련 작업 등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재가요양 시장은 요양센터가 매월 1인당 85만원인 정부 지원금을 청구해 받고, 나중에 서비스 제공 사실 확인을 받는 구조다. 서류 작업이 복잡한 데다 센터 운영자나 요양보호사들도 60대 이상이 많아 작업에 실수가 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수년간 서비스를 인정받지 못해 비용 환급을 요구받는 사례도 있었다.

이 대표는 “하이케어 솔루션은 ‘출퇴근 태그 기록이 빠졌으니 기록지를 작성하라’ 등 나이가 많은 이들도 쉽게 디지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며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은 요양센터 업무의 완결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DX를 통해 각종 업무를 효율화하면 노인 돌봄서비스의 질도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에게 심적·시간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업무는 효율화하고, 돌봄은 비효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복잡한 내용은 웹페이지가 아니라 직접 사람의 말을 통해 설명하고, 모바일 확인 대신 방문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는 얘기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지난 25일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11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