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상선이 그동안 3000억원을 까먹었는데 지금은 영업이익률 50%를 웃도는 우량 기업이 됐습니다. 한국 1위 해운사로 키울 겁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사진)은 다음달 SM상선의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운업은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편견을 깨고 투자자가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최대 8461억원을 조달한다. 예상 시가총액은 1조5230억~2조1153억원이다. 2007년 KSS해운 후 14년 만에 기업공개(IPO)하는 해운사로, 시장의 관심이 높다.
우 회장은 인수합병(M&A)업계에서 다 죽어가던 기업을 되살리는 대표적인 ‘심폐소생술사’로 통한다. 동아건설산업, 우방, 신창건설 등 쓰러져 가는 건설사를 비롯해 동국무역(현 티케이케미칼), 남선알미늄, 벡셀 등을 인수해 정상화시켰다. 해운업 분야에서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대한해운을 2013년 인수했고, 2016년 벌크전용선사 삼선로직스(현 대한상선)를 사들이며 해운업을 확장했다. 합병한 기업 중 망하거나 매각한 곳은 없다.
2016년 말 한진해운의 미주노선과 자산을 인수해 설립한 SM상선도 회복되고 있다. 3년간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우 회장은 “370억원에 사고 그동안 3000억원을 까먹었는데, 지금은 1주일에 400억원씩 벌어온다”며 “코로나19로 해운사가 로또를 맞은 것”이라고 했다.
SM상선은 올 상반기 매출 7076억원, 순익 3033억원을 올렸다. 올해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운임이 급등한 덕분이다.
하지만 해운업이 호황기로 돌아서기까지는 10년이 넘게 걸렸다. 우 회장은 그 사이에 고충이 만만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SM상선의 누적 적자로 인해 그룹 계열사의 여신 한도가 낮아지고 이자율이 급등하자 지난해 결국 선박을 대거 처분했다. 그는 “지난해 배 6척을 약 1000억원에 팔았는데 지금 사려면 1조원이 넘는다”며 “마지막 보릿고개를 버티지 못하고 선박을 처분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했다.
우 회장은 해운사가 업황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고 장기 성장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유동성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운사가 지난 10년간 벌 돈을 몇 달 만에 벌었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며 “닥쳐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SM상선이 IPO를 추진하는 이유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다. 그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유동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겨울이 올지 뻔히 알면서 여름옷을 입고 다니면 얼어 죽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국내 해운사는 그걸 잘 몰라요. 차입금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과거 한진해운의 전철을 밟지 않고 주주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회사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우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을 통해 SM상선을 주주가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최근 시장 관계자가 HMM의 정상화가 시기상조라고 말하자 그 회사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HMM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와도 해운업에 대한 신뢰 기반이 약한 겁니다. 해운사는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전예진/차준호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