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때리고 폭로 터지고…흔들리는 페북, 실적 예상치 하회

입력 2021-10-26 09:09
수정 2021-11-25 00:01

내부자 고발에 이은 정치권 압박과 언론의 비판 보도로 창립 이래 최고 위기를 맞고 있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3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의 약관 변경이 광고 수익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페이스북의 3분기 매출이 290억1000만달러(한화 약 33조9707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수치는 현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295억6000만달러(약 34조61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증가율 또한 지난해 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91억9000만달러(약 10조6678억원)를 기록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서비스의 합계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분기보다 7000만명 늘어난 35억8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이스북의 주요 매출원인 광고 판매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짚었다. 앞서 애플은 지난 4월 iOS를 업데이트해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처음 실행하면 앱이 이용 기록이나 검색 활동을 추적해도 될지 이용자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 조치로 소셜미디어나 광고주는 광고 효과를 측정하고 맞춤형 표적 광고를 하기 어려워져 타격을 받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애플의 개인정보 관련 약관 변경이 없었다면 매출이 더 증가했을 것"이라면서 "우리와 우리 광고주들은 애플 약관 변경에 따른 영향을 지속적으로 느낄 것"이라고 언급했다.

페이스북은 4분기부터 하드웨어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제품을 총괄하는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스' 실적을 분리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이 부문에 대한 투자로 회사 전체 영업이익이 약 10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AR·VR 등을 통해 현실세계가 확장된 형태로서의 3차원 사이버 세계를 일컫는 '메타버스'는 페이스북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가 차세대 인터넷이자 자사의 새로운 챕터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월가 기대보다 낮은 4분기 전망치를 내놨다.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매출액을 348억달러로 예상했지만 페이스북이 제시한 수치는 315억~340억달러였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사생활 보호 강화 조치, 거시 경제 여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요인을 이유로 들었다.

페이스북은 녹록치 않은 환경에 직면해 있다. 미국 당국이 페이스북을 반독점 기업으로 보고 압박하는 데다 전에 근무했던 직원이 미 상원 청문회는 물론 영국 의회에 나가 "페이스북이 이익을 위해 이용자가 해로운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을 방치했다"고 폭로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