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암과 함께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대표 질환으로 꼽힌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84만여 명에 달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은 10~20년에 걸쳐 쌓이지만 그동안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뒤늦게 발병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치매 조기 진단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피플바이오가 혈액으로 치매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확인하는 키트로 본격 공급에 나선 것. 세계 4조원 규모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뇌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거나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려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검진센터 7곳에 조기 진단 서비스
피플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매 조기 검진 서비스를 KMI 한국의학연구소 검진센터를 통해 출시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 7곳에 있는 건강검진센터에서 서비스를 공급한다. 지난 5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를 통해 이 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지만 전국 단위로 서비스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KMI 한국의학연구소는 지난해 102만 명의 건강검진을 한 건강검진 전문기관이다.
피플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혈액으로 확인하는 진단키트로 세계 첫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신경에 아밀로이드 베타로 불리는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이 단백질이 혈액 속에서 엉겨 붙은 정도를 확인해 치매 발병 가능성을 확인한다. 고가 영상 장비를 이용해도 조기 진단이 가능하지만 100만원대의 높은 비용과 방사선 노출이 단점이다. 진단키트를 이용하면 10분의 1 수준 비용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10여 년 전에 확인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2023년까지 50만 건의 검사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 유럽 수출도 추진 중이다.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는 “서비스 공급처를 늘리고 보험수가심사를 추진하겠다”며 “조기 진단이 대중화되면 치료 및 간병 비용이 줄어 국민 건강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모된 치매 관리 비용은 17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MRI, 유전자 변이 여부도 활용업계에선 치매 조기 진단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성 질환인 치매 환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매 인구가 지난해 5500만 명에서 2030년 7800만 명으로 42%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바이오젠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도 진단 시장 확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른 국내 기업들도 치매 조기 진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뷰노는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치매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기기인 ‘뷰노메드 딥브레인 AD’로 지난해 12월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뇌 MRI를 100여 개로 쪼갠 뒤 AI를 이용해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에 의한 뇌 부위별 위축 정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뉴로핏, 액티브레인 등도 MRI 기반 치매 진단 보조 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는 치매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기 진단 키트를 개발하기 위해 이달 초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지놈과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다. 이 회사가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혈액 기반 암 조기 진단 서비스에 치매 진단을 추가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