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유통기한이 16년이나 지난 식용유가 판매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조건 무료 반품' 정책을 내세운 쿠팡의 반품 제품 검수 절차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스 훼손' 상품(배송·운반 중 상자가 손상돼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으로 식용유를 주문했는데 유통기한이 2005년까지인 제품이 배송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쿠팡에서 식용유를 2개 주문했는데 하나가 유통기한이 2005년까지였다"고 전하며 제품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식용유 라벨에는 '유통기한 2005.06.09'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제가 된 식용유가 '박스 훼손' 상품인 만큼 다른 구매자가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반품했는데, 쿠팡이 이를 제대로 검수하지 못하고 재판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2005년에는 쿠팡 물류센터 자체가 없었던 만큼, 쿠팡이 유통기한 2005년까지인 식용유를 직매입했을 가능성은 낮다.
쿠팡 관계자는 "상품이 출고된 물류센터는 2018년 오픈한 곳으로 애초에 2005년 유효기간 만료 상품이 입고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현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내부 조사를 철저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반품된 제품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고 재판매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는 올해 초 있었던 이른바 '철판 맥북' 사건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 2월 한 소비자가 쿠팡에서 애플 '맥북 프로'를 구매했는데 철판이 배송된 사례다.
철판은 실제 맥북과 크기 및 무게가 비슷했으며 포장 상태도 개봉 흔적이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 측은 한 이용자가 '무조건 무료 반품'이라는 쿠팡의 환불 정책을 악용해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밝혔었다. 쿠팡은 무료 배송 및 반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의 경우 반품 사유와 상관없이 30일 이내 무료 반품해주고 있다.
당시 쿠팡은 맥북 프로 2개를 구입한 소비자가 제품만 빼내고 철판을 넣은 뒤 재포장해 반품했다고 설명했다. 반품된 물건의 포장 상태가 비교적 완벽해 이를 새 상품으로 인지, 쿠팡이 포장을 뜯지 않고 다른 소비자에게 재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