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총량규제를 받으면서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대출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에 최근 은행이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개인별·월별·지점별 한도가 없기 때문이다. 단 개인사업자는 급여소득자와 달리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둘다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이 목표치에 근접하기 전까지 주로 근로소득이 있는 고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줬다. 올 들어 9월까지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은 6.9%로 지난 한 해(14.1%)에 비해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은행이 역량을 기울여 내놓은 개인사업자대출상품이 특히 인기다. 보증서 담보대출과 대안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하면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도 있다.
비대면 개인사업자대출 ‘봇물’내야할 서류가 많은 개인사업자대출인데도 지점을 방문할 필요 없는 ‘모바일 전용’ 상품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한도는 2000만원 이하 소액부터 1억원까지 다양하면서도 금리 하한선은 연 3%대로 일반 신용대출과 큰 차이가 없어서다.
국민은행의 KB사업자든든 신용대출과 신한은행의 SOHO CSS사이버론이 최대 1억원으로 5000만원까지 조여진 개인 신용대출보다 한도가 가장 크다. KB사업자든든 신용대출의 경우 최고 금리가 연 5.27%로 낮은 편이어서 신용점수가 낮은 자영업자에게 유리하다. 반대로 하나은행의 HANA온라인 사장님 신용대출은 한도는 최대 2000만원이지만, 금리가 연 2.92~4.91%로 낮은 편이라는 게 장점이다.
개인사업자에게 가장 잘 팔리는 대출은 각종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서를 받아 대출을 받는 '보증서 담보대출'이다.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 개인사업자대출에 비해 금리 면에서 유리하다. 모든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온택트 보증부 대출’이 대표 상품이다.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끊은 뒤 은행에서 500만~2000만원가량의 소액을 연 3%대 중반 금리로 빌릴 수 있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보증재단대출은 은행권에서 유일한 비대면 보증서 대출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 및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 추천을 받은 개인사업자, 즉 서울과 경기에서 영업하는 사업자가 받을 수 있다. 서울은 최대한도 7000만원, 경기는 한도 1억원에 금리는 연 1.16~5.88%로 신용도 좋은 개인사업자가 쓰기에 적당하다는 평가다. 플랫폼 판매자 전용 대출도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에 입점한 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틈새상품도 적지 않다. 일정 기간 해당 플랫폼에서 영업한 사업자에게 돈을 빌려준다. 우리은행의 우리 프랜차이즈론은 우리은행이 직접 선정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대상으로 대출을 내준다. 한도가 최대 2억원, 최저금리는 연 2.98%로 유사 상품 중 조건이 가장 낫다는 평을 듣는다.
이런 ‘틈새대출’ 가운데 유명한 건 우리은행이 네이버와 함께 내놓은 스마트스토어 대출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물건을 판매한 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서 3개월 연속 순거래액이 50만원을 넘었다면 신청이 가능하다. 누적 대출액이 최근 1000억원을 넘길 정도로 인기다. 신한은행은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입점 사업자에게 최대 1억원 한도로 돈을 내주는 ‘퀵정산 대출’을 지난 21일 출시했다. 금리도 연 3.41~6.56%로 일반 신용대출 상품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개업한 약사나 개인택시기사, 배달 라이더 전용 대출도 있다. 21일 출시된 신한은행의 ‘쏠편한 생각대로 라이더 대출’은 배달대행 플랫폼인 ‘생각대로’의 라이더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긱 워커(초단기근로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됐다. 모바일 앱 신한 쏠에서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다. 한도는 최대 300만원, 금리는 최저 연 3.8%다. 개업 약사가 타깃인 하나은행 ‘파워메디론’도 유용한 상품 중 하나다. 창업자금은 최대 1억원, 운영자금은 최대 3억원까지 연 3.31~9.69% 금리에 빌릴 수 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신용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로 나뉜 가계대출과 달리 담보대출에 일정 부분 신용을 반영해 한도를 늘리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개인사업자대출은 비대면으로 신청이 불가능하고 영업점 방문이 필수다.
개인사업자대출은 말 그대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은행권에서 통칭 ‘불건전 업종’으로 분류된 경우엔 받을 수 없다. 담배·도박업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관련 업종도 대출이 안 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