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 인근 듀폰트에 있는 아마존의 물류센터. 이곳에서는 주황색 물류로봇 ‘키바’ 수백 대가 기계음을 내며 높이 2m가 넘는 노란색 선반을 나르고 있었다. 키바는 축구장 14개 크기의 물류센터 바닥을 시속 4.8㎞ 속도로 움직이며 배송작업을 하는 직원들에게 물건을 전달한다. 센터 한쪽엔 거대한 팔 모양의 로봇 ‘로보-스토’가 3층 높이의 컨베이어벨트로 1000㎏ 넘는 물건을 들어 올리기를 반복했다. “직원 디지털 교육 늘리겠다”아마존은 물류창고에 이 같은 로봇 시스템을 2012년 전면 도입했다. 이후 물류창고의 효율성이 이전보다 5배 이상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마존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로봇을 조작하고, 로봇이 전달한 물건을 분류·배송하는 작업은 결국 사람이 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아마존은 2025년까지 디지털 기술 교육훈련에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디지털 전환에 한창인 글로벌 기업들이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도입만큼 신경을 쓰는 게 직원 대상 ‘디지털 교육’이다. 첨단 시스템을 도입해 빅데이터를 수집해도 이를 100% 활용하려면 직원들의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의 ‘2021년 연례 최고경영자(CEO) 대상 설문’에서도 확인된다. 100여 개국 5050명의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36%는 “자동화와 기술 교육(디지털 투자)을 통해 직원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답했다. 유통, 항공사 등 전통기업도 적극적이런 움직임은 기술(테크)기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전통의 유통 강자로 아마존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월마트는 디지털 교육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월마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월마트는 직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첫 번째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디지털 문해력)’, 두 번째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BMW는 임직원에게 AI 기술의 기초를 교육하고 있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았다. 항공사들도 승무원의 디지털 고객관리 역량 증대를 위해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샌더 스톰프 에어프랑스-KLM그룹 디지털운영그룹 부사장은 “디지털 기술과 마인드뿐 아니라 조직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디지털 전환 관련 기업 ‘몸값’ 올라가직원 대상 디지털 교육 투자가 늘면서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움직이는 로봇 플랫폼을 선보였거나 준비 중이다. MS의 머신러닝 클라우드 플랫폼은 가상 환경에서 로봇들이 머신러닝 모델을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디지털 전환을 돕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리 소프트웨어(SW) 업체 세일즈포스의 시가총액은 현재 2855억달러로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중 세계 1위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많은 실리콘밸리 기반 상장사의 시가총액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3개월간 실리콘밸리 지역 상장사 시총 증가율은 163%다.
같은 기간 S&P500지수(125%), 다우지수(115%)는 물론 나스닥(145%)보다 높다. 폴 엘리 PwC 미국 파트너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가능하게 하는 인수합병(M&A)에는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며 “자동화를 통한 운영방식 효율화 지원 솔루션, 기업의 대면 최소화를 가능케 하는 솔루션 등이 유망 업종”이라고 평가했다. 철저한 준비 없으면 실패중장기적 관점에서 철저히 준비해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895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심층 분석한 전략 보고서에서 “디지털 선도 기업은 후발 기업보다 매출 증가율이 1.8배 더 높고, 기업가치 증가율은 2배 이상”이라며 “하지만 30% 정도의 기업들만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다”고 밝혔다.
조직의 관성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적합한 인재 배치 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패트릭 포스 BCG 파트너는 “결국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변화를 추진하는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서민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