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탈원전 기조로 찬밥 신세였던 원자력발전이 돌아왔다.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등장하면서다. SMR은 대형 원전 대비 10~20분의 1 크기인 소형 원전이다. 주로 해안가에 지어지는 기존 원전과 달리 어디에나 건설할 수 있으며 핵폐기물도 적다. 발전량이 불안정한 태양광·풍력·수력 발전보다 효율도 높다. SMR이 기후위기의 구원투수로 불리는 이유다. 안정성 논란도 잠재웠다. 사고 발생률이 기존 원전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SMR 시장에 투자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도 SMR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SMR 시장은 2040년까지 최대 3000억달러(약 35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SMR 시장을 선점해 수혜를 누릴 기업 세 곳을 꼽았다.
‘업계 선두주자’ 뉴스케일파워의 모회사 플로어첫 번째로 이름을 올린 기업은 뉴스케일파워의 모회사 플로어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처음으로 SMR 설계를 승인받은 미국 원전 회사다. SMR업계에서 기술력 측면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대 중반까지 미국 아이다호주에 상용 SMR 발전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뉴스케일파워는 비상장회사기 때문에 모회사 플로어에 간접 투자해야 한다. 플로어는 건설 엔지니어링 에너지 분야의 자회사를 둔 미국의 지주회사다. 올해 2분기 매출은 32억3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3% 줄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플로어는 코로나19로 여러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며 “백신 접종률이 늘면서 업황도 좋아지고 있어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플로어의 주가는 지난 1년 새 약 55% 뛰었다. 英 정부라는 ‘든든한 뒷배’ 갖춘 롤스로이스영국 방산업체 롤스로이스홀딩스는 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SMR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넷제로(탄소배출량 0) 전략’ 보고서에서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핵심축으로 원전을 꼽았다. 그중에서도 SMR 프로젝트를 주도할 업체로 롤스로이스를 선정했다.
롤스로이스는 2억1000만파운드(약3403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해 2030년까지 영국 중부 지역에 16개의 SMR을 짓기로 했다. 워런 이스트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0년 동안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를 생산한 경험을 통해 SMR 개발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며 “10년 뒤에는 SMR 수출로만 최소 2500억파운드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단기적으로도 항공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롤스로이스는 항공 부품업계의 전통 강자로 꼽힌다. 데이비드 페리 JP모간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고 미국이 여행 규제를 완화하면서 롤스로이스의 전망이 밝아졌다”고 분석했다.
최근엔 미국 공군과 18억파운드 규모의 엔진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25억8000만파운드로 전년 동기 대비 9% 줄었다. 주가는 1년 새 약 77% 상승했다. 우라늄 수요 증가세…카메코 수혜세계 2위 우라늄 생산업체인 캐나다의 카메코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SMR의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연료인 우라늄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2040년 우라늄 수요는 2020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카메코는 주요 SMR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미국 엑스에너지, GE히타치캐나다, 캐나다 테레스트리얼 등 SMR 업체들과 우라늄 공급과 관련한 MOU를 맺었다. 최근 우라늄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늘면서 주가도 1년 새 약 182% 급등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