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이 들렸다"…'강남 한복판 이상행동' 배우의 고백

입력 2021-10-24 09:41
수정 2021-10-24 09:42


배우 양기원이 다이어트 약 복용 후유증을 직접 전했다.

양기원은 2019년 4월 12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학동역 주변에서 이상 행동을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양기원은 10여 분 간 도로에서 소란을 일으키다가 40세 남성이 몰던 차량과 부딪히기도 했다.

이상행동 때문에 경찰은 양기원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조사에서 양기원은 "식욕억제제를 한 번에 8알을 투약했다"며 "작품 미팅이 늦게 끝나 피곤한 탓에 환각증세를 보인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후 진행된 검사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최종적으로 마약투약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양기원은 논란 이후 2년 만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그날의 진실에 대해 전했다. 양기원은 "살을 빼고 찌우는 것에 자신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살이 빠지지 않아 주변의 권유로 식욕억제제를 투약하기 시작했다"면서 "약을 먹고 운동을 하면 살이 2배 이상 잘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 처방을 받아 투약 설명에 따라 약을 복용했다"며 "약을 끊기 시작하면서부터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 조사에서 밝힌 것과 같이 오남용도 없었다고 말했다. 양기원은 "약을 끊다가 다시 먹은 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며 "아침, 저녁 2알씩 이틀 먹어서 8알을 먹었는데, 제 이상 행동을 약물 남용이 아니고서야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8알을 한 번에 먹었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기원은 또 "화장실에 앉아있는데 문 무늬가 갑자기 변하면서 전쟁이 난 거 같은 화면으로 나왔다"며 "분명히 환영인데, 환영인 걸 알면서도 생생했다"고 말했다.

또 "환청이 들렸다"며 "악마가 있다면 이런 게 악마일까 모르겠는데, '싸워, 싸워, 계속 싸워'라고 말하고, 하얀빛 같은 게 막 몸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양기원이 복용한 다이어트 보조제에는 펜타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펜타민은 비만환자에게 체중감량의 보조요법으로 단기간 사용하는 식욕억제제다. 뇌에서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증가 시켜 식욕을 억제한다.

하지만 의존성이나 내성을 유발할 수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다. 적정 용량을 의사 지시 하에 복용하면 체중 감량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과다 복용하면 일부 환각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펜타민과 같은 식욕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가슴두근거림과 우울증, 심한 경우 정신분열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식용억제제중에서는 마약류의 일종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들도 있는데, 몇몇 비만 전문 치료 병원은 환자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안내하지 않은 채 해당 약을 처방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나이가 어린 10대들까지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해 충격을 안겼다. 제작진이 만난 청소년들 중 일부도 이미 건강에 이상이 발생한 상태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