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를 보면 추수감사절에 온 가족이 모여 칠면조 고기를 나누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기준 미국의 칠면조 생산규모는 5조원(43억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칠면조 고기를 접할 기회가 없는 우리에겐 생소한 문화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칠면조 소비량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1~8월 수입칠면조 매출은 3300만원 정도로 지난해 106만원에서 무려 3044% 증가했습니다. 아직 절대 규모로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매출 상승폭이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부위별로는 칠면조 가슴살이 지난해 40만원에서 올해 3000만원으로 뛰며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할로윈 문화가 한국에 상륙했듯 추수감사절 칠면조 문화가 건너오기라도 한 걸까요.
이유는 '펫 산업'의 성장에 있다고 합니다. 바로 칠면조 가슴살이 강아지 간식육으로 각광 받고 있다고 하네요. 가슴살을 주문해 생식으로도 먹이고, 가공해서 판매되는 상품을 먹이기도 한답니다. 미트박스는 펫산업의 지속적 성장으로 칠면조 고기 매출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트박스 매출에서 또 눈에 띄게 증가한 부위는 '토마호크' 였습니다. 토마호크 매출이 뛰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은 아닌데요, 그 증가세가 그치질 않고 있다고 합니다. 2019년엔 5000만원에 불과했던 토마호크 매출은 지난해 1억1000만원으로 뛰더니 올해는 5억1000만원으로 무려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예능 노출에 이어 유튜버 언급까지 방송을 지속적으로 타면서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밖에 매출 규모는 토마호크보다 작지만 작년보다 2271% 커진 립앤드알목심(정선등심), 1651% 증가한 덴버컷 등 새로운 부위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네요. 미트박스는 "유튜버 등의 영향으로 가성비 좋은 새로운 부위가 점점 알려지는 추세"라며 "이로 인해 고기 부위의 선호도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그저 소, 닭, 돼지가 아니라 그 품종을 소비하는 시대가 확실히 도래한 듯 합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