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자고 싶죠…자기 전에 우유 한잔 마셔요

입력 2021-10-22 17:07
수정 2021-11-01 16:06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이가 꾸준히 늘고 있다. 100명 중 1명꼴로 수면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는다. 병원을 찾지 않는 이들까지 감안하면 인구의 약 30%가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면장애가 현대인을 괴롭히는 대표적 질환인 셈이다.

최근 중국 연구진이 집에서도 ‘꿀잠’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바로 자기 전 우유 한 잔을 마시는 것. 중국 화난이공대 연구진은 우유를 마시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물질이 생성된다고 ‘농업 및 식품화학저널’ 9월호에서 밝혔다. 이 저널은 미국화학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우유에 다량 포함돼 있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수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우유에서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은 수면 유도 물질인 ‘카제인 트립신 가수분해물(CTH)’을 찾아냈다. 이 물질은 트립신이라는 분해효소가 우유의 주요 단백질인 카제인을 분해하면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조각(펩타이드)의 혼합물이다.

연구진은 카제인 트립신 가수분해물 중 뇌의 ‘가바(GABA) 수용체’와 결합하는 천연 단백질 조각(펩타이드)을 선별했다. 가바 수용체는 ‘가바’라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활성화되는데, 진정작용과 수면유도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알파-카소제핀(α-CZP)’이라는 물질이 가바 수용체와 가장 잘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쥐 동물모델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카제인 트립신 가수분해물을 모두 주입한 쥐 △알파-카소제핀을 단독으로 주입한 쥐 △어떤 물질도 주입하지 않은 쥐다. 각 그룹의 쥐가 잠에 빠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과 수면 시간을 비교한 결과, 카제인 트립신 가수분해물을 주입한 쥐는 알파-카소제핀만 주입한 쥐보다 두 배 이상 오래 잤다. 어떤 물질도 주입하지 않은 쥐보다는 수면 시간이 네 배 이상 길었다. 지정된 시간 안에 잠이 든 쥐의 비율도 25%가량 많았다.

연구를 주도한 마우밍 자오 화난이공대 교수는 “카제인 트립신 가수분해물에서 분리해낸 알파-카소제핀이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보다 더 천천히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약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차이점을 파악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카제인 트립신 가수분해물이 수면 유도를 돕는 약물로서 개발될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기존의 수면제로 사용되는 벤조다이아제핀, 졸피뎀 계열 약물은 어지러움, 주의력 저하, 중독 등의 부작용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체내의 생리활성 펩타이드나 가수분해물이 불면증, 당뇨병 등의 약물로 개발되고 있다. 체내에서 유래한 물질의 경우 내성과 부작용이 적어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약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자오 교수는 “추후 연구를 통해 카제인 트립신 가수분해물의 안전성을 검증할 것”이라며 “카제인 트립신 가수분해물에서 수면을 향상시킬 수 있는 또 다른 펩타이드 물질을 추가 탐색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