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나흘 만에 노규덕과 마주 앉는다…'종전선언' 논의

입력 2021-10-22 16:19
수정 2021-11-21 00:02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3일 방한해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종전선언 관련 협의에 나선다. 한·미 양국의 북핵수석대표가 회담을 갖는 것은 불과 나흘 만이다. 북한이 2년 만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등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미·북 대화로 이어가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구체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 대표는 23일 한국을 찾아 다음날 노 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한·미 양국의 북핵수석대표가 대면 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한 달 새 벌써 세 번째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18~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연이어 한·미 양자 및 한·미·일 3자 간 협의를 갖기도 했다. 노 본부장은 지난 20일 귀국 후 취재진에 “김 대표와 진지한 협의시간을 가졌다”며 “김 대표가 이번 주말에 다시 서울에 와서 종전선언 문제에 대한 입장을 우리와 공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불과 나흘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협의에서는 종전선언 관련 논의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난 18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직후 “한국의 종전 선언 제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미국 고위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종전선언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한·미는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는 가정 하에 어떠한 문안이 들어갈지에 대한 협의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김 대표가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리된 입장을 갖고 오냐’는 질문에 “속단할 수 없지만 진전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종전선언 문제를 포함한 대북 관여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SLBM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종전선언과 관련해 과속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종전선언이 법적 구속력은 없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미국은 종전선언과 관련한 법률적 검토 작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 조야에서는 종전선언이 이뤄졌을 경우 미국 독자적 대북 제재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현재 10개가 넘는 독자 대북 제제 법이 북한을 사실상 적성국으로 상정하는데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더이상 적성국이 아니게 되는 상황을 우려할 것”이라며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대선에서 공약한 이란핵합의(JCPOA) 복원도 못 하는 상황에서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이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는 중에 종전선언을 하기는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