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빼고는 정치를 잘했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유감을 나타냈다.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만이다. 하지만 관련 발언에 대한 당내 비판은 이날도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청년공약 발표식에 앞서 “제 발언은 5공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게 결코 아니다”며 “각 분야에 널리 전문가를 발굴해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지만,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에도 다시 한번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소중한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제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민주주의를 탄압한 전두환 군사독재를 찬양·옹호할 리 없다”며 “그러나 독재자의 통치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고,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며 책임을 돌린 것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에서 윤 전 총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김 최고위원은 “저는 전두환 정권 같은 정치 체제가 다시 우리나라에 등장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실 그 시절 젊은이들은 학교 졸업하면 취직이 다 잘됐고, 적어도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모든 것이 암울했던 5공 치하 전두환 정권 시절이지만, 적어도 부동산·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권이 훨씬 더 암울하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당까지 수렁에 발을 담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학살을 명령한 순간 판단은 이미 종료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과가 하늘을 덮고도 남는데 한 줌의 공을 평가하는 것은 불필요한 언어”라며 “전두환은 대통령이라기보단 범죄자”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의 생각은 당의 공식적인 생각에 배치돼 있다”며 “호남지역에 다가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호남지역민에게 더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기대치를 열화시키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대표로서 공개적으로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