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동안 기고를 통해 ‘21세기의 원유’이자, 디지털 경제의 핵심인 데이터를 우리 산업 경제와 기업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단상을 여러 갈래로 정리했다. 경기의 승리를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현대 스포츠부터, 데이터 증가와 함께 기업과 사회가 살아남기 위한 지속 가능성의 인과관계, 사람과 기계의 역할을 둘러싼 인공지능 기술 활용 등에 대한 생각을 정보기술(IT) 경영자로서 전문지식 수준 여부와 상관없이 편하게 폭넓은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한 용어가 바로 ‘클라우드’다. 간략한 의미를 찾아보면 대략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나온다. 우리가 늘상 사용하는 스마트폰 데이터 백업이 클라우드 방식으로 이뤄지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개인의 데이터 사용을 서비스로 제공해야 하는 기업들은 실로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저장, 연결, 공급을 위해 내가 소유한 곳이 아니라 어딘가에 있는 거대한 컴퓨터를 써야 한다. 그 ‘어딘가’에 있는 컴퓨터를 쓰는 방식을 ‘구름(클라우드)’이라고 일컫는다. 그 구름 안에서 거대한 컴퓨터들이 복잡다단한 구조와 구성 방식을 거쳐 작동하고 우리 기업과 소비자에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목적은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데이터 서비스를 골라 쓰고,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한다. 그 결과는? 급변하는 시장(데이터) 수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클라우드는 기술 방식만의 변화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IT 분야를 지배해온 ‘소유의 종말’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8년 전 당시 미국에서 대세로 부상하던 클라우드를 한 국내 대기업의 임원에게 소개했을 때 국내 기업 환경에는 ‘비현실적 개념’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과는 실로 극과 극의 차이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국내외 IT 기업들은 최근 3~4년간에 걸쳐 저마다 국내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앞다퉈 설립하고 있다. 필자의 회사인 오라클도 이미 국내에 설립한 두 곳을 포함해 내년까지 전 세계 지역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43곳까지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는 기업이 늘어나고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 역시 늘고 있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구름’이 뭉게뭉게 늘어만 갈 앞날에 몇 가지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을 짚어본다. 클라우드는 그 자체가 혁신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도구이자 방식이라는 것. 새로운 환경에서 나은 가치를 이끌어낼 것인지 고민이 계속 따라줘야 한다는 것. 그래서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 급작스레 가을이 사라진 듯 초겨울로 접어든 10월이지만, 우리 기업들의 혁신을 도와주는 맑고 푸른 하늘의 흰 뭉게구름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