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PD에서 쌍용차 운전자로…'한국판' 머스크 꿈꾸는 강영권 대표

입력 2021-10-22 08:40
수정 2021-10-22 12:03
이 기사는 10월 22일 08: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0일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그날 서울 모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테슬라도 처음 시작할 땐 모두들 허황된 소리라는 말을 들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인수 과정 내내 에디슨모터스와 강 대표에 대해 음해하는 얘기가 자주 나온 데 대한 불만의 토로였다. 그만큼 강 대표와 에디슨모터스에 대해 시장에선 잘 알지 못했다.

강 대표는 1985년 KBS에 프로듀서(PD)로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칼 세이건의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입사해보니 과학 다큐보다는 아침방송 등에 투입됐다. 그러다 1991년 SBS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 '그것이 알고싶다'를 맡았다. 1994년 만든 '실종, 사라진 아내' 편으로 시청률 43.8%를 기록하며 '대박'을 쳤다.

강 대표는 독립의 꿈을 키웠다. 사업에 대한 욕심이 컸다고 한다. "사업을 못해보고 죽으면 억울해서 눈을 못 감겠다"고 회상했다. 처음 사장이 된 곳은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였다. 성공적으로 외주사를 운영하다가도 마음속의 공허함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분야에 대한 사업을 고민하던 찰나 한 후배가 폐기물 회사 얘기를 건냈다. 2003년 폐기물 소각업체인 ES청원과 EST를 세웠다. 재활용 바람을 타고 순항을 이어가던 시기 한국의 유망한 전기차 회사가 중국에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한국화이바의 친환경차량사업부가 중국 업체인 TGM에 매각됐다. 이걸 다시 사와야지 하는 생각에 폐기물 회사를 2016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1200억원에 팔고 2017년 TGM을 사들였다. 그리고 사명을 에디슨모터스로 바꿨다.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를 팔고 전기차 사업을 하겠다는 나에게 다들 '미쳤다'고 했다"는 게 강 대표의 회상이다. 사명에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보다 뛰어난 회사를 만들겠다는 열망이 담겼다. 테슬라를 추월할 의지로 전기 발명왕 '에디슨'의 이름을 따 왔다.

강 대표는 에디슨모터스를 인수 3년 만인 2019년 흑자전환시켰다. 2017년 4월엔 제주도 전기버스 63대 공급계약을 맺었다. 2019년엔 수원여객에 전기버스 94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첫 해인 2017년 36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898억원까지 늘어났다. 내년엔 7800억원, 2023년엔 3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다.

강 대표가 쌍용차를 인수한 데에는 토니 세바의 '에너지 혁명 2030’과 최윤식의 ‘대담한 미래 2030’을 읽은 게 영향을 줬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넛크래커' 현상으로 자동차 업계가 질식 상태에 와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넛크래커는 한국 경제가 선진국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후발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쌍용차가 없어지면 한국의 자동차 생태계가 무너지는 게 더 가속화될 것"아라며 "4600여 명의 임직원을 길거리에 나앉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를 내연기관차 연 10만~15만 대, 전기차 연 5만~10만 대, 하이브리드차 연 5만 대를 파는 회사로 만들 생각이다. 2026년까지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또 기술 로열티를 받고 전 세계에 20곳의 합작회사(JVC)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 쌍용차 바디에 전기차 전용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다. 개인용 비행체(PAV)나 드론, 전기요트와 같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진출하겠다고도 계획도 세웠다.

그는 "에디슨모터스가 작은 회사라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 에디슨모터스는 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만약 미국 회사라면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민지혜/김종우 기자/사진=허문찬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