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우유 안먹는데 가격 왜 오르나요?" 정부의 대답은…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입력 2021-10-23 14:00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019년 8월 취임했다. 2년 넘게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차관 시절 직무대행을 한 것을 합치면 2년6개월 간 농정을 이끌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농정 현안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풀어놨다.

농업분야의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R&D) 확대, 식량안보를 위한 밀 자급률 제고 등을 언급했다. 흰우유를 먹는 사람이 줄어드는데 최근 유윳값이 오른 이유에 대해 묻자 "시장을 왜곡하는 원유가격연동제 개편이 시급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분량의 문제로 지면에 싣지 못한 내용을 질문과 답변 형태로 전한다.
"탄소 저감 농가에 직불금 준다"▷농업분야도 탄소 배출을 줄여야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18년 기준 2200만톤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벼 재배 등에서 1180만톤, 축산이 940만톤, 농기계 등 에너지 분야 100만톤 등입니다. 식량 생산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탄소까지 줄일 수는 없지만 저탄소 농업을 통해 최대한 감축하는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어떻게 해야합니까?

“우선 어떤 농법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지 알아내야합니다. 정부는 올해 280억원, 내년 471억원을 탄소중립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벼농사의 경우 물을 적게 쓰는 농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논에 물을 채워놓았을 때 미생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물을 많이 대는 방식의 농법이 주류인데 물을 덜 공급하고도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간단관개’ 농법을 연구 중입니다. 물을 얕게 대고, 물이 필요하지 않을 때 바로 완전히 빼는 방식입니다. 현재 전북 김제평야 일대의 논에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농민들 입장에선 번거로울 것 같습니다.

“노동력과 비용 측면에서 농가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수십년째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기존의 방법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이 때문에 저탄소 농법에 참여하는 농민들에겐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줄 계획입니다. 저탄소 농법에 따른 직불금을 주는 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배출권 거래 시장을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축산의 경우엔 장기적으로 식물성 단백질 등으로 대체돼야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축산분야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저메탄사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단백질 사용량을 줄여 메탄 발생을 최소화하는 방식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호주 등 축산 선진국에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식물성 단백질 등 대체육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 정부차원에서 식문화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을 할 때는 아니라고 봅니다. 관련 연구가 확대되면서 해당 시장이 꾸준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이 추진되면서 산림이 태양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농촌에 태양광 패널이 많이 설치되면서 산림이 훼손되고 이로인한 산사태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도 이같은 비판을 수용해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산림의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기존에는 경사 25도 이하면 설치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15도 이하의 완만한 곳에만 설치가 가능합니다. 농지를 완전히 태양광으로 덮는 방식의 개발을 지양하고 농사와 발전을 함께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을 보급해나가겠습니다.” "밀 자급률 5% 만들겠다" ▷현재 한국의 식량안보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국민들이 식량부족을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식량안보가 공고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일부 국가가 곡물 등의 수출입을 통제한 사례를 보면 식량안보 수준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최근 국가식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민들이 많이 먹는 식량작물인 밀과 콩을 집중 육성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말씀해주십시오.

“0.8%에 불과한 밀 자급률을 2025년까지 5%로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밀은 국민들이 연간 32kg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 57kg까지 내려온 반면 밀 소비량은 계속 증가 추세입니다. 그런데도 자급률이 미미해 거의 대부분을 수입 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밀 재배 단지를 만들어 국내 품종을 적극 육성해 생산량을 높이겠습니다. 우리 밀만의 특성을 개발하고, 품질을 높이는 것도 과제입니다. 우리 밀의 특징이 드러나는 통밀빵 등이 개발되기를 바랍니다. 콩은 30.4% 수준인 자급률을 33.0%까지 높이겠습니다.”

▷계란값을 중심으로 농산물 물가 불안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작황 부진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겹치면서 농축산물 물가가 다소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반기 가격이 뛰었던 쌀을 비롯해 대파, 양파, 배추, 사과, 배는 생산량 증가와 함께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7500원까지 급등했던 계란(30개) 가격은 최근 6100원선까지 내려왔습니다. 평년 수준(5500원) 대비 약 10% 가량 높은 정도입니다. 여기에는 공급 부진과 함께 수요가 코로나19 이후 6.7%가량 증가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다만 산란계 수가 회복돼 수급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계란값 폭등의 원인으로 꼽히는 고병원성 AI 시즌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높아지는 계절이 됐습니다. 올해 유럽의 고병원성 AI 발생이 작년보다 40배 증가했고, 발생유형도 6종류나 돼 걱정이 많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야생조류 분변 등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상태입니다. 정부는 고병원성 AI의 농장 발생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습니다. 농가의 자율 방역 수준을 높이기 위해 방역 우수 농가의 예방적 살처분 예외를 적용하는 인센티브를 도입했습니다. 고병원성 AI 발생이 계란 가격 폭등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일정범위 밖에서는 동일축종만 살처분토록하는 개선책도 마련했습니다.” "우윳값 인상 불러온 가격결정 구조 연내 개편"▷최근 우유 가격이 인상됐습니다. 흰우유를 먹는 사람이 줄어드는데 가격은 오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국산 원유를 주로 쓰는 시유 소비량은 감소하는 가운데, 치즈 등 유제품 소비량이 늘면서 유제품 소비량 중 수입 비중이 지난해 51.9%까지 높아졌습니다. 1ℓ당 1000원이 넘는 국내산 원유로 치즈를 만들기보다는 원가가 ℓ당 400원에 불과한 해외 제품을 수입하는 것이죠. 이같은 가격 결정 구조는 생산비 증가분에 연동해 가격이 오르는 ‘원유가격연동제’와 원유 공급량을 보장해주는 ‘쿼터제’ 등을 기반으로 정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6년 유제품 관세가 단계적으로 없어지는 상황에서 이같은 가격 결정 구조가 국내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용도와 무관하게 높은 가격을 지급하는 부분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이런 방안을 포함하는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연내에 마련해 늦어도 내년 1월 전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시행 2년차를 맞는 공익직불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공익직불제는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처음으로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도입 자체로 큰 의미를 갖습니다. 다만 제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준수사항을 철저히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정부는 팜맵이라는 위성 사진을 이용해 농지를 유지하는 지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농약 과다 사용 등은 표본조사 등을 통해 점검하겠습니다. 또 선택직불제를 활성화해 친환경 농가 등에 대한 혜택을 더 주는 방안도 고려하겠습니다.”

▷인구 위기가 농업과 농촌에 더 거세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 농촌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3%에 달합니다. 지난해 기준 139개 시군 중 97개 시군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귀농귀촌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최근 귀농귀촌 트렌드를 보면 인근 도시에 거주하면서 직장으로 농업을 택하는 경우가 발견됩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농촌 공간계획을 통해 농촌의 거점지역을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점지역에 농촌형 생활SOC 복합센터를 구축해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야합니다. 농촌 공간계획을 통해 주거계획관리지역, 공업계획관리지역, 복합계획관리지역 등으로 구분해 난개발을 차단하고, 농촌용도지구제도를 도입해 축산 단지, 태양광 단지 등을 조성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