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아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00명의 세입자가 5년간 335억원을 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179명은 보증금을 1원 한푼 돌려받지 못했다.
20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 강서을)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공매 주택 임차보증금 미회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임대인의 미납 세금으로 인해 총 335억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9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79명은 전세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했다.
대체로 수도권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428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총액은 215억원이다.
이런 사례가 나타나는 이유는 '조세채권 우선 원칙' 때문이다. 집주인이 국세를 체납하면 국가는 체납된 세금을 보증금에 우선해 충당할 수 있다. 공매 처분으로 주택을 매각한 대금에서 국가가 세금을 징수한 후 남는 것이 없으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받지 못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 체결 전에 임대인의 세금체납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미납국세 열람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인이 세금 미납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임대차계약 체결 과정에서 임대인의 미납 세금을 열람한 사례는 지난 5년간 822건에 불과하다. 연도별 미납 국세 열람 횟수는 2016년 260건, 2017년 150건, 2018년 149건, 2019년 156건, 2020년 107건이다.
올 8월에 법무부가 국토부와 함께 개정한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에 임대인의 미납 국세·지방세를 표시해 확인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역시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진성준 의원은 "임대차계약 전에 발생한 임대인의 세금체납 여부를 임차인이 파악하기 어려워 이를 악용한 전세 사기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국토부가 제대로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표준임대차계약서에 임대인 세금완납 증명서를 포함하는 등 임대인의 체납 정보 및 권리관계를 제공할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