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을 주력 사업으로 앞세우고 있는 일본 위성통신 회사 '스카이퍼펙트 커뮤니케이션 JSAT'가 인공위성을 활용한 데이터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170여 개의 인공위성으로 확보한 지상 데이터를 분석해 자연재해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회사는 이러한 방식을 활용해 위성이 전송하는 해상 선박의 전파 데이터를 활용한 선박 추적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선전으로 방송 사업자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인공위성이라는 OTT 사업자와는 차별화된 장점을 내세워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한 것입니다.
회사는 이달 초 후코오카시 내 농업용 저수지를 대상으로 위성을 활용한 방재 서비스의 실증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2018년 기록적인 호우로 여러 곳의 저수지가 무너져 초등학교와 민가 등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던 곳입니다. 회사는 실증 실험을 통해 배수에 방해가 되는 쓰레기 더미와 제방의 문제를 위성을 통해 찾아냈고, 후쿠오카시는 이를 토대로 방재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회사는 이러한 실증 실험을 일본 최대 지도 기업인 젠린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위성 방재 정보 서비스' 개발을 연내에 완료할 계획입니다. 회사는 이 서비스를 구동하기 위해 자사 통신과 방송용으로 활용되는 총 170여 개의 레이더위성과 광학위성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추후엔 활용 위성 개수를 늘릴 예정입니다.
위성 방재 정보 서비스에 활용되는 레이더위성은 일본 전역 국토를 12시간에 1회 정도 관측하는 위성입니다. 지구 표면에서 발생하는 전파의 반사를 분석해 산사태나 공사 현장에서 지반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토사 사면과 도로 붕괴 위험을 감지하는 등 위험 현장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 피해 확대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광학위성의 카메라는 태풍과 같은 재해가 발생할 때 지상을 촬영하는 용도로 활용됩니다. 이를 젠린이 확보한 일본 전역 주택 지도 데이터와 조합해 건물 침수나 산림 산사태 등 발생위험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생산 공장을 비롯해 공항 등 인프라 피해 상황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
방제 분야에 위성을 활용하면 드론으로 촬영했던 기존 방식에 비해 빠른 속도로 재난 상황 파악이 가능합니다. 넓은 구역을 단번에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레이더위성은 또한 날씨와 시간에 상관없이 촬영이 가능해 대상물의 변화를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기도 합니다. 스카이퍼펙트 커뮤니케이션 JSAT는 이러한 방재 정보 서비스를 인프라 업체나 지자체 등에 판매할 계획입니다.
회사는 향후 고객사 요청에 따라 위성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방안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가장 유력한 분야는 선박 분야입니다. 배는 고유 주파수로 무선을 발신하는데, 이를 위성에서 어떤 배가 어느 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았지만 해상보험이나 외국선의 불법 조업 감시 등에 활용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회사는 2015년부터 위성 데이터에 주목해 사업화를 준비해 왔습니다. 관련 업체에 투자를 진행했고, 고급 분석이 가능한 애널리스트와 엔지니어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앞서 회사는 캄보디아 농원에서 벼의 생육 상황을 위성으로 감시하는 실증 사업도 실시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9년 위성 데이터를 공개한 이후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위한 분석 기술과 사업 개발력이 중요해졌습니다.
회사가 위성 데이터에 주력하는 배경엔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의 진출에 따른 위성방송 수익 감소가 있습니다. 현재 위성방송의 미디어 사업과 통신을 활용한 우주 사업이 주력 사업이지만 지난해 말 위성방송 채널인 '스카파!'의 가입 건수는 310만 건으로 2010년 대비 20% 감소했습니다.
방송 사업에 대한 업계 전망도 좋지 않습니다. 올해 3월 진행된 실적발표에서 미디어 사업의 매출액은 약 9400억원(915억엔)으로 회사 전체의 66%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노무라 증권은 오는 2027년엔 우주항공 사업 매출이 미디어를 역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유료 다채널의 위성방송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점차 위성방송의 존재 의의는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배성수 IT과학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