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대만해협에 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중국은 지난 1~4일 군용기 149대를 동원해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14~15일에는 대규모 병력을 민간 여객선으로 수송하는 해상훈련까지 펼쳤다. 올 들어 대만 상공에 침입한 중국 군용기만 600대가 넘는다.
이에 대만이 전투기를 긴급 발진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wargame·가상전쟁 시뮬레이션)’에서 대만군이 최초로 승리했다는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세계 군사력 22위인 대만이 3위 중국을 워게임에서 이긴 것은 치밀한 방어전술과 미사일 요격 체계 덕분이었다는 비결도 밝혔다.
양측의 말싸움과 기싸움 또한 격해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대회에서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적 임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며 30분간 대만과의 ‘통일’을 12차례나 외쳤다. 다음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10주년 건국기념일 행사에서 “우리는 독립적인 주권국가로 중국의 일부가 아니다”며 강하게 받아쳤다.
양측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만 국방장관은 2025년 중국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고,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2027년 침공설을 내놨다. 양측의 실질적 군사분계선인 대만해협은 폭이 131~180㎞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미·중 대결 등 국제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미국은 중국 코앞의 ‘움직이지 않는 항공모함’인 대만을 전략적으로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자국 군함을 자주 파견한다. 중국에는 대만이 수복해야 할 자국 영토이자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다. 그만큼 미·중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있다. 중국 군용기가 무력시위를 벌이는 동안 미국은 영국 일본 등 6개국 해군과 인근 해역 합동훈련으로 견제 신호를 보냈다.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군이 대만해협을 섣불리 건널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력 외에는 모든 게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만인의 역사 인식도 중국과 다르다. 오래 전부터 독립국가였던 대만이 중국 영토였던 시기는 200년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구의 90%가 통일을 반대한다. 정치적 자유까지 고려하면 중국이 넘어야 할 대만해협의 폭은 더욱 넓어 보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