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글로벌 백신 허브화' 기회가 왔다

입력 2021-10-20 17:31
수정 2021-10-21 00:06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전 세계 국가의 다자외교 무대인 제76차 유엔총회가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장기화되고, 국제회의가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대면으로 열린 회의였다.

유엔총회 기간 코로나19 대응, 기후위기,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등 유엔 주요 이슈에 대한 한국의 기여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선진국으로서의 한국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모든 국가의 최대 관심 현안인 코로나19 글로벌 백신 협력에서 한국은 다방면적인 외교활동을 펼쳤다.

한·영 정상회의, 한·베트남 정상회의, 앨버트 불라 화이자 회장 면담 등을 연이어 진행하며,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백신 개발 및 생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한·미 기업과 연구기관 간 백신 원부자재 공급, 공동개발, 위탁생산, 연구 협력 확대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 간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합의 후 양국 간 백신 협력이 중소기업과 기초연구 분야까지 확대되고 협력 내용도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백신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연결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 싸이티바의 투자신고서 제출이 이뤄진 것은 의미가 있다. 싸이티바는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으로 2024년까지 총 5250만달러를 한국에 투자해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세계적으로 공급이 매우 부족한 일회용 세포배양백 등을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등 지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 결정은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합의 이후 미국 기업의 첫 투자 사례로, 한국 바이오산업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우리 정부의 백신·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싸이티바의 투자는 국내 필수 백신 원부자재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원부자재 공급난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인 위기다. 많은 국가가 이 위기를 보다 빠르게 극복하고, 더 나아가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백신은 어느 분야보다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초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수립하고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했다. 영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백신 연구개발(R&D)과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델타 변이 등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 대응하고,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서는 신속한 백신 접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백신산업이 단순히 산업 차원을 넘어서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글로벌 보건 안보 차원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백신 생산 확대와 공평한 보급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도 ‘K-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백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청사진을 올해 8월 5일 발표했다. 2022년 상반기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상용화하고, 2026년까지 글로벌 백신 시장 5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백신의 안정적 수급은 물론 백신 개발, 생산 및 글로벌 보급 확대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 백신 기업 투자 유치 및 글로벌 백신 협력에도 속도를 낼 것이다. 한국이 백신 선도국가로 도약하고 글로벌 백신 허브가 돼 우리 국민은 물론 인류의 감염병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