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 헤브론의료원장(68)이 캄보디아에 처음 발을 내디딘 건 2006년이었다.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뒤 소아과 의원을 운영하던 그가 ‘편안한 삶’ 대신 ‘봉사하는 삶’으로 방향을 틀기로 마음먹은 때였다.
당시 캄보디아는 제대로 된 병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했다. 김 원장은 2007년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 외곽 지역에 작은 가정집을 리모델링해 저소득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해주는 ‘헤브론병원’을 설립했다. 헤브론은 히브리어로 ‘친구들의 마을’이란 뜻이다.
지난 15년 동안 헤브론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44만여 명에 달한다. 이 중 2만여 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 1만 건이 넘는 수술도 집도했다. 의료 사각지대에 있었던 환자들이 헤브론병원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이런 공로를 인정해 김 원장을 제33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20일 선정했다. 아산상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한 개인 또는 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1989년 제정됐다. 재단 관계자는 “김 원장은 캄보디아에서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의료 교육에도 힘써 캄보디아의 전반적인 의료 인프라 개선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의료봉사상은 다일천사병원, 요셉의원 등에서 20여 년간 노숙인들을 무료 진료해준 최영아 서울시립서북병원 의사(51)에게 돌아갔다. 사회봉사상은 아프가니스탄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콩 재배와 가공산업 육성에 기여한 권순영 영양과교육인터내셔널 대표(74)가 받았다.
시상식은 다음달 25일 서울 풍납동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홀에서 열린다. 김 원장에게는 상금 3억원, 최 의사와 권 대표에게는 각각 2억원이 수여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