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비전을 조명한 기사를 실었다. 그간 한국의 재벌 경영에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왔던 것과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더 과감하게 움직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최첨단 반도체 패권을 노린다(Samsung Electronics wants to dominate cutting-edge chipmaking)’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시점을 ‘매우 중요한 새로운 장(critical new chapter)’이라고 표현했다. 이 부회장이 최근 석방됐고, 승계 과정도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이 매체는 “이 부회장의 최고 관심 사항은 반도체의 중흥이며 특히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리더십을 확보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삼성의 변화를 가속화하려는 의지는 확실하다”며 “신중하고 통찰력이 있는 스타일이지만 앞으로는 보다 과감하고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5월엔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약 171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시설투자를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이 시스템 반도체 제조 강자를 두고 정면으로 겨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복잡한 사업구조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애플은 스마트폰 경쟁자인 삼성전자보다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를 선호했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도체칩 제조를 맡기면 다른 사업부문으로 기술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약세에 대해선 “주가 상승을 위해 회사 분할, 해외 상장 등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며 “풍부한 현금을 활용한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