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3분기에 역대 최저인 4.9%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한 것은 부동산개발 업체 헝다의 유동성 위기, 원자재값 급등이란 변수 외에 예상치 못한 전력난과 코로나 재확산이 겹친 결과다. 시장 전망치(5.0~5.2%)를 밑돈 것보다 4%대 ‘추락’이 더 충격적이다. 악재가 다 드러난 것 같은 글로벌 경제에 어떤 복병이 또 덮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도 적잖게 당황한 눈치다. 며칠 전 중국 인민은행은 “헝다 문제가 금융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국가통계국은 어제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이미 공동부유(共同富裕), 반(反)독점 규제, 경제의 질적(質的) 전환으로 나아가고 있어 추세적 성장 감속을 돌려세우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 내 빈집(준공 후 미분양 주택 포함)이 1억 채인데도 “헝다 부채 문제를 시장원칙과 법치주의에 따라 해결하겠다”는 방침에서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일제히 8%에서 7%대로 낮추고, IMF도 내년 중국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내린 5.6%로 제시한 배경이다.
중국발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면 불똥은 신흥국 경제로 가장 먼저 튈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S&P도 “중국 경제 불확실성 증가가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경제성장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對)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25%대에 달하는 한국으로선 더욱 중국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공급망 혼란, 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가속, 미국 테이퍼링 예고 등이 서로 안 좋은 방향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전력난 해소를 위해 일부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가격이 3배로 폭등해 국내 자동차·조선·스마트폰 제조공장이 부품난으로 몸살을 앓을 정도다. 세계 물류대란은 ‘금(金)한우’ ‘금겹살’ 등 식탁물가를 자극하며 내수소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최후의 보루로 삼을 만한 경제 안전판이 보이지 않는다. 긍정적 변수가 있기라도 하면 시나리오별 대처가 가능할 텐데, 그럴 여지도 별로 없다. 초대형 복합위기(퍼펙트 스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할 판이다. 정부도 통계 분식하며 낙관론만 펼 게 아니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대외 경제환경 급변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