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정부 나름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수없이 나왔지만, 229개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인구 위기의 실상을 계량화·지표화하는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는 없었다. “대책이라는 게 또 재정 퍼붓기인가”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지만, 문제 인식의 시작이란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비수도권 지역이 안고 있는 한결같은 공통의 문제는 단연 인구감소다. 국가 전체의 고민인 저출산에다 청년인구 유출이 겹친 이중의 난제다. 산업과 고용, 교육과 의료, 문화·예술과 소비 등 다방면에서 수도권과 격차가 커지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일자리가 없고 경제기반이 취약하니 사람이 떠나고, 인구가 줄어드니 경제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빠르게 진행돼 지역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이제는 상주인구를 조금 늘린다고 바로 풀기가 어려운 고질병이 돼버렸다.
급격한 도시화와 함께 빚어진 인구의 대도시 집중은 한국만의 고민거리는 아니다. 일본에도 지방을 중심으로 850만 채의 빈집이 방치돼 있고, 중국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청년 ‘농민공’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에선 날로 개선되는 광역교통망과 IT 기반의 산업 고도화가 쏠림현상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산업화·도시화 차원에서 보면 국가경쟁력과도 연관된 구조적 문제여서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도 없고, 그늘과 폐해만 보며 한탄만 할 수도 없는 딜레마적 고민이기도 하다. 그만큼 난제다.
그렇다 해도 덜컥 “재정지원에 나서겠다”는 식은 근본 해법이 못 된다. 15년간 최대 380조원을 투입하고도 합계출산율은 거꾸로 세계 1위인 저출산 대책의 교훈이 무엇인가. 인구감소 지역에 매년 1조원씩 10년간 투입한다는 10조원의 과부족은 나중 문제다. 가뜩이나 취약한 재정을 동원하는 중앙정부의 찔끔 퍼주기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은퇴를 시작한 586세대의 귀향 유인책, 유동인구 확대를 위한 ‘주말 주민 세제우대’, 청년인구 유입 모범 시·군에 획기적 인센티브 부여, 민관학(民官學) 공동의 인구유지 프로젝트 경연 등을 다양하게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인구 2만, 3만 명 확보가 군정(郡政) 최대목표인 곳은 과감한 통폐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것도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다. 새로 만든 국가균형발전특별법도 취지는 좋지만, 재정 퍼붓기용에 그쳐선 안 된다. 지역 스스로 살아남겠다는 의지 역시 더없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