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신군부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가운데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세배를 해 뭇매를 맞았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제가 바로 국민들에게 사과를 드렸듯 윤석열 후보도 오늘의 실언을 사과하라"고 조언했다.
원 전 지사는 19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이를 위해 불법적 폭력과 부패에 대해 강력하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 분명한 원칙이 서 있을 때 세부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도 용납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사람만 잘 쓰면 된다는 인식이야말로 수천 년 왕조 시대의 왕보다도 못한 천박하고 한심한 지도자 철학"이라고 했다.
이어 "전두환 대통령은 위 두 가지 원칙을 위배했다. 불법적 폭력을 일으켰으며 심각한 부패의 장본인이 됐다"며 "수천억 원의 정치자금을 기업들로부터 강탈했고, 이것이 들통났는데도 본인의 노후자금과 자식 상속자금으로 써놓고 국민에게 오리발을 내민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또 "군사 쿠데타와 5·18 말고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윤석열 후보의 인식은 공정과 정의를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정신을 망각한 것"이라며 "제가 2007년 1월 생존해 계시던 모든 전직 대통령들께 세배를 갔을 때 국민께서 전두환 전 대통령 세배를 유독 용납하지 않으셨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바로 국민에게 사과를 드렸듯이 윤 후보도 오늘의 실언을 사과하시고 대통령의 사명을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을 방문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계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윤 전 총장의 발언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여당에서는 "석고대죄하고 정치판을 떠나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 지사는 "갈수록 태산"이라고 했고, 우원식 의원은 "더 이상 대통령 후보라 부를 가치도 없다. 당장 호남 시민들에게 사죄하고 떠나라"고 했다.
앞서 원 전 지사는 2007년 한나라당 의원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신년 큰절 세배를 올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원 전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인학살 당사자라는 점에 대해 외면하거나 면죄부를 주거나 찬양할 생각은 더욱더 없다"고 해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