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도서관(관장 석영중 노어노문학과 교수)과 프랑스 생트 쥬느비에브 도서관이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함께 제작한 영상을 동시에 공개했다고 19일 밝혔다.
10개월에 걸쳐 진행된 영상 제작 공동프로젝트는 한국의 지적 우수성을 해외에 알린 프랑스인 모리스 쿠랑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고 한글과 전통시대 한국 인쇄술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영상은 양 기관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영상 제작 프로젝트는 올 초 고려대 도서관에서 펴낸 귀중서 도록인 '카이로스의 서고'를 접한 프랑스 생트 쥬느비에브 도서관에서 공동 제작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프랑스 파리3대학 소속이자 유럽 10대 도서관 중 하나로 꼽히는 생트 쥬느비에브 도서관과 한국 대학 최초의 독립된 도서관 건물인 고려대 중앙도서관의 만남이 도록 한 권의 인연으로 시작된 것이다.
양 도서관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은 모리스 쿠랑의 '한국 서지'라는 책이 맡았다.
모리스 쿠랑(1865-1935)은 1890년 주한 프랑스 공사관 통역관으로 조선을 방문했다. 서지학자이자 언어학자, 동양학자였던 그는 한국 고서 및 한국학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부임 기간 3800여 종의 한국 고서를 수집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한국 서적을 다룬 '한국서지(韓國書誌, Bibliographie Coreenne)'를 편찬해 유럽에 한국 문화를 알렸다. 한글과 한국 인쇄술의 우수성을 기술한 내용이 담겨있는 '한국서지' 덕분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의 존재가 서양에 알려지기도 했다.
쿠랑은 프랑스에 귀국한 뒤 기메 박물관에서 한국에 관한 강의도 했다.
고려대 도서관과 생트 쥬느비에브 도서관의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지적 우수성을 해외에 알린 모리스 쿠랑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고 한글과 우리나라 인쇄술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한편,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도서관 간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석영중 고려대 도서관장은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으로 각 도서관의 영상 촬영과 통합편집까지 총 10개월의 기간 동안 수십 차례의 화상 회의를 거친 끝에 품격 있는 영상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