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 망 사용료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징어 게임' 등 K 콘텐츠 흥행이 잇따르면서 트래픽이 급증한 가운데 그간 지지부진했던 글로벌 플랫폼과 국내 인터넷서비스 제공기업(ISP) 간 망사용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한류 콘텐츠 산업 역량 강화와 글로벌 플랫폼의 망사용료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최근 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각계에서 콘텐츠 수익의 글로벌 플랫폼 집중 등(에 대해) 콘텐츠 산업 역량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콘텐츠 산업의 도약을 위해 글로벌 플랫폼-콘텐츠 업체 동반성장 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 망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한 계약(표준계약서 등)에 대해서도 챙겨봐 달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정부에 글로벌 플랫폼의 망 사용료 문제를 챙겨보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국내 트래픽 사용량은 급증세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지난달 17일을 전후해 트래픽을 비교한 결과 KT가 관리하는 망(유·무선 인터넷, IPTV 포함)을 통한 넷플릭스 트래픽이 약 39% 늘어났다. 추석 연휴 기간을 제외하고 지난달 9~15일과 같은 달 23~29일을 비교한 결과다. SK브로드밴드의 망에서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트래픽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트래픽이 늘어나면 ISP엔 망 비용이 증가한다. 데이터 이용량이 막대하다보니 넷플릭스 전용 별도 망을 구축해야 해서다. 일반망을 병용해 쓸 경우 데이터 병목현상이 일어나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2018년 6월부터 넷플릭스에 전용 회선을 제공하고 있다. 이후 지난달까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통신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은 약 24배 폭증했다. 오징어게임으로 늘어난 트래픽은 집계하지 않은 수치다.
이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넷플릭스 등에 망사용료를 따로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ISP 관계자는 "일반 이용자들에게 통신 요금을 받는 것과 글로벌 플랫폼에 망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 문제"라며 "애초에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은 ISP가 따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전용 망을 현재 무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대해 서비스 안정성의 책임을 부과하는 이른바 ‘넷플릭스법’이 통과됐으나 망 사용료 분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트래픽을 줄이고 있으니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망 중립성에 의거해 망을 무료로 쓸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의 값어치를 부정하는 것은 통신사업자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ISP에 갚을 채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작년 제기해 지난 6월 1심 패소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을 통해 넷플릭스에 지난 3년간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통신망 자원을 공짜로 쓰면서 콘텐츠를 송출해 돈을 벌었으니 ‘부당이익’을 반환하라는 내용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