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의 에너지사업 중간지주사인 GS에너지가 블루 암모니아를 앞세워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지금까지 그룹 에너지사업의 주력이었던 정유·석유화학에 안주해선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린·스마트·지속가능 에너지를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전략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것이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사진)의 구상이다. 국내 최초로 블루 암모니아 도입GS에너지는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와 친환경 블루 암모니아 도입 실증 프로젝트를 위한 계약을 18일 맺었다. 블루 암모니아는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한 암모니아를 뜻한다. 블루 암모니아를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계약을 맺은 건 국내 업체 중 GS에너지가 처음이다.
아부다비에서 생산되는 블루 암모니아를 수입해 GS그룹 계열사의 자체 수요에 대응하고 암모니아 혼소발전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암모니아 혼소발전은 액화천연가스(LNG) 터빈에 암모니아와 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GS에너지는 블루 암모니아 활용 방안을 검토해 실증을 마친 뒤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GS에너지는 이번 블루 암모니아 도입을 시작으로 해외 청정수소·암모니아를 지속 공급할 수 있는 프로젝트 참여도 검토 중이다. 수소·암모니아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과 ‘드림팀’을 꾸려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LNG를 개질(고온처리)하고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해외 유전 등에 수출하는 국내 블루수소 생산 모델 개발을 위해서도 노력하기로 했다. 허 사장은 “블루 암모니아 도입을 시작으로 청정수소 경제 인프라 구축을 선도하고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정유·석화 의존도 낮춰야”GS에너지의 모회사는 그룹 지주사인 ㈜GS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GS에너지는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GS에너지는 올 상반기에 898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1648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정유·석유화학 사업 호조로 GS칼텍스가 올 상반기에만 1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효과를 톡톡히 봤다. GS칼텍스 실적에 따라 그룹 실적이 오락가락한다는 뜻이다.
GS그룹은 정유·석유화학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그린산업과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 사업이 정체 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그룹 최고경영진의 판단도 깔려 있다.
GS에너지가 국내 업체 중 최초로 블루 암모니아 도입 계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허 사장은 블루 암모니아 도입을 계기로 ESG 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그린발전 포트폴리오 확장 △스마트 전력 솔루션 시장 선도 △순환자원 생태계 구축 △청정수소 경제 인프라 재편 선도 등을 ESG 4대 경영전략으로 내세웠다.
GS에너지는 국내 대형 태양광·해상풍력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삼는다는 계획에 따라 2023년 12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충남 당진에서 2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풍력사업 기회도 함께 탐색 중이다. 지난 6월엔 세계 2위 재생에너지기업이자 스페인 최대 전력기업인 이베르드롤라와 협약을 맺고 아시아 등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7월에는 지엔텔과 합작법인 지커넥트를 출범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에도 진출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