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매출 20억원 기업이 올해 2421억원(예상치)으로.’
8년 새 매출이 100배 넘게 증가한 중소기업이 있다. 2차전지용 전해액을 만드는 엔켐이다. 2012년 설립된 이 업체는 일본산이 점령했던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해액은 배터리에서 리튬이온이 원활하게 잘 흘러갈 수 있게 하는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오정강 엔켐 대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해액 개발에서 양산까지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췄다”며 “우리 회사 전해액 제품을 쓰면 경쟁사에 비해 배터리 수명과 출력을 20~30%가량 높일 수 있어 고객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2013년 LG화학을 시작으로 대기업에 납품을 시작했고 최근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CATL 등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도 엔켐에서 배터리에 필요한 전해액을 공급받고 있다. 수요가 커지며 글로벌 생산 거점도 늘고 있다. 충북 제천과 충남 천안, 중국과 폴란드 공장 등에 연 6만5000t의 전해액 생산 설비를 갖췄다. 오 대표는 “2025년 매출 1조원, 세계 전해액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엔켐은 다음달 초 코스닥시장 상장도 앞두고 있다.
테크로스는 세계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MS)’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강소기업이다. 선박평형수는 선박의 무게중심을 낮춰 균형을 잡기 위해 탱크에 담는 바닷물이다. 선박은 화물량에 따라 평형수를 저장하거나 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바닷물끼리 섞여 해양생태계가 파괴된다. 선박평형수에 포함된 유해 수상생물과 병원균을 제거하고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BWMS다.
테크로스는 2004년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선박평형수 관리법’을 제정하고, 평형수 처리장치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본격적으로 BWMS 개발에 착수했다. 2006년 세계 최초로 IMO에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에 대한 기본 승인을 얻었다. 이 회사의 BWMS는 현재 일본, 중국 등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수출 증가로 테크로스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2010년 120억원이던 매출은 2019년 1820억원, 지난해 2393억원을 기록했다.
엔켐과 테크로스는 모두 기초화학 분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우수 소부장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수여되는 ‘기술독립 강소기업’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도 받았다. 중기부는 2019년부터 100개의 소부장 강소기업을 선발했고, 올해 20개사를 추가 선정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2019년 일본의 소부장 품목 수출 규제 이후 소부장 핵심 품목의 자립화를 위해 중소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