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시설 취급받던 물류센터…이젠 서로 "우리 지역 와달라"

입력 2021-10-18 17:00
수정 2021-10-26 18:50


첨단 물류센터 운영 기업인 한국초저온에 지방자치단체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에 저온(콜드체인) 물류센터를 지어달라”는 요청이다. 이 회사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EMP벨스타의 이준호 대표는 “첨단설비가 들어가는 저온 물류센터는 완공 후엔 운용인력 등 고용창출 효과가 높고 바이오, 의약품, 식자재 등 관련 산업 확장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과거 ‘기피시설’로 꼽히던 물류센터가 첨단화와 고용창출 효과에 힘입어 지자체가 모셔가는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8년 하남과 구리에 신선 물류센터를 건립하려다 주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접었던 신세계그룹에 최근 수도권 지자체가 유치를 제안한 것도 이런 인식의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천·부산·양주…물류센터 건립 ‘러시’ 교통 혼잡과 소음 등을 일으키는 혐오시설 취급을 받던 물류센터가 이제는 신산업 육성을 위한 지자체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물류센터 기술이 고도화되고 신선식품 e커머스(전자상거래) 성장으로 산업 유발 효과가 커지면서다. 한국초저온은 최근 인천시, 인천항만공사 등과 인천신항에 약 23만㎡의 극저온 물류센터를 짓기로 협약을 맺었다. LNG(액화천연가스) 냉열을 활용해 영하 80도의 극저온 보관 환경을 구현하는 물류센터다. 한국초저온은 한국가스공사와 인천 물류센터에 총 1조원을 투자한다. 인천시는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와 연계해 물류센터를 대중국 바이오 물류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관창고로 이름을 알린 한국초저온의 LNG 냉열 활용 창고는 급속냉동 등 식자재의 신선도 유지에 강점이 있어 식품산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달 부산시와도 약 5000억원이 투입되는 연면적 약 16만5000㎡의 콜드체인 물류센터 건립을 협의 중이다. 부산시는 부산신항 물류센터를 발판 삼아 일본과 미국 등의 식자재 수출입 물동량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마땅한 산업이 없어 고민하던 경기도 북부 지자체들도 물류센터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파주시는 의약품 저장을 위한 저온창고 건립을 협의 중이다. 지오영, 동원약품 등 의약품 도매 유통기업들이 입주를 저울질하고 있다. 양주시는 동대문에서 40분이면 닿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물류기능을 갖춘 패션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양양군, 속초시 등도 수산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물류기업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콜드체인화로 ‘신분 상승’ 중인 물류센터물류센터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주민 민원을 발생시키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최첨단 설비를 갖춘 저온물류센터는 기존 물류센터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놓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 건립을 두고 지자체들이 반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쿠팡은 올해 발표한 창원, 김해, 광주에 짓기로 한 물류센터에 쿠팡프레시를 위한 저온창고를 함께 건립할 계획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콜드체인 물류센터가 고도화되면서 식자재뿐 아니라 바이오 의약품, 화장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이 모이는 거점이 되고 있다”며 “그런 상품들이 모이는 물류센터 근방에 필요한 관련 산업이 자연스럽게 생기고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물류센터 한 곳을 짓는 데 수천억원이 투입될 정도로 대형화, 고도화되면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운수보관업의 고용유발계수는 8.11로, 제조업 평균(4.72)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