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스타 과학자'가 된 뇌신경과학자가 창업 후 시리즈A 투자로 3200만달러(약 380억원)를 모았다.
알토뉴로사이언스(Alto Neuroscience)는 영국 투자회사인 아페이론 인베스트먼트 그룹(Apeiron Investment Group)의 주도로 32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알토뉴로사이언스는 인공지능(AI) 기반 뇌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플랫폼을 활용해 현재 임상개발 중이거나 승인된 약물 200개 이상을 조사했다. 승인된 약물까지 재조사한 까닭은 약물 재창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회사는 1년여 간의 조사로 200개 물질 중 안전성이 높은 21개 물질을 골라낸 뒤 주요우울장애(MDD) 및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3개 물질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중반까지 임상 2상 결과를 내놓는 것이 목표다. 알로뉴로사이언스는 이외에도 비공개 11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약물을 처방하는 데 있어 적합한 환자군을 골라내는 뇌 바이오마커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뇌 바이오마커로는 수면 및 활동 등에서 나타는 뇌파 패턴을 이용한다. 이전까지는 향정신성약물을 처방하는 데 있어 바이오마커를 도입해 환자를 분류한 사례가 드물었다.
알토뉴로사이언스는 스탠퍼드대의 스타 신경과학자였던 에밋 엣킨 교수가 학교를 떠나 2019년 설립한 신약벤처기업이다. 엣킨 교수는 이전까지 구분이 어려웠던 우울증 환자와 PTSD, 조울증 등을 뇌파를 통해 구분할 수 있음을 보이며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07년 ‘미국 정신의학 저널’에 엣킨 교수가 발표한 ‘Functional Neuroimaging of Anxiety: A Meta-Analysis of Emotional Processing in PTSD, Social Anxiety Disorder, and Specific Phobia’는 피인용 횟수가 3000건이 넘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연구였다.
엣킨 박사는 “정밀 정신의학 플랫폼을 통해 처음으로 개인의 생물학적 차이를 고려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식별할 것”이라며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치료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