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성지' 씨젠, 언제까지 곳간에 현금만 쌓아둘까

입력 2021-10-18 10:17
수정 2021-10-18 10:18


씨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으로 두둑해진 '실탄'을 어디에 사용할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씨젠이 진단키트 사업을 기반으로 견고하게 내실을 다진만큼, 이제는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만명의 개인투자자들을 거느린 씨젠이 M&A로 새로운 주가 상승의 원동력을 얻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조원 클럽에 진입한 씨젠은 올 상반기에도 견조한 매출·이익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누적치 연결 기준 매출은 65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381억원으로 62% 늘었다. 순이익은 2809억원으로 70% 급증했다. 올 상반기 매출 규모는 지난해 전체 매출(1조1252억원)의 58%에 달한다.

씨젠은 상반기에 332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는데, 이는 지난해 한 해 전체 연구개발비(262억원)를 웃도는 규모다. 또 씨젠의 임직원 수는 상반기 말 기준 1088명으로 전년 말 대비 42%나 증가했음에도 현금 곳간은 여전히 26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씨젠의 성장을 견인한 건 당연히 진단키트 사업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는 진단키트 사업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 7월20일 장중 8만2000원을 웃돌던 주가는 이달 12일 장중 4만8200원까지 추락한 뒤 현재 5만1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전환 예고와 함께 백신 접종에 힘을 쏟으면서 씨젠 등 코로나19 수혜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급변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인 만큼 씨젠도 미래사업을 준비 중이다. 씨젠은 연초 투자은행(IB) 전문가, 홍보인력을 영입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M&A 전문가로 꼽히는 박성우 부사장을 M&A 총괄임원에 앉히면서 보다 적극적인 신사업 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선 씨젠이 대형 회계법인을 통해 제약이나 바이오 분야 M&A 물량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씨젠이 추후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바이오나 제약 부문에서 M&A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에서 진딘키트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M&A 물량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말했다.

실탄도 충분하다. 씨젠의 올해 상반기 현금성 자산은 2639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인 2019년 말 기준 490억원 대비 437%가량 상승한 수치다. 여기에 올해 거둬들인 당기순이익까지 합산할 시 현금성자산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씨젠은 향후 M&A와 신사업 투자로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도 가능한 만큼 목표주가 상향 여력도 가능할 것"이라며 "중장기 성장 동력까지 고려하면 현재 주목해야 할 구간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씨젠은 신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M&A 관련 이야기는 연초부터 꾸준히 시장에서 언급된 사안으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한편 개인 투자자의 '씨젠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개인들은 303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83억원과 36억원 팔아치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반기 기준 씨젠의 소액주주는 17만801명이다. 이들의 지분율은 71.30%에 달한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