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 중의원 465명 가운데 40세 미만 의원은 8%다.
국제의원연맹(IPU)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40세 미만 의원이 가장 많은 나라는 덴마크로 41%였다. 세계 평균은 17%였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3%로 일본(28%)과 비슷한 이탈리아도 40세 미만 국회의원의 비율은 33%에 달했다.
그렇다고 일본 국회가 늙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한국과 미국의 40세 미만 의원 비율은 각각 2.3%와 6.7%로 일본보다 젊은 의원이 훨씬 귀하다. 한국은 2020년 새로 구성된 제21대 국회에서도 40세 미만 의원이 13명으로 4.3%였다. 한국과 미국의 고령화율이 15~16%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보다 훨씬 국회의 문턱이 높은 셈이다.
한국과 미국 의회에 젊은 피가 적극적으로 수혈되지 않는 이유는 다르다. 미국 정치권은 지방의원이나 지방 검사, 변호사 등을 거쳐 하원의원으로 진출하는 코스가 정착돼 있다. 지방 정치무대에서 검증을 받는 기간을 거치다 보니 20~30대 하원의원이 귀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의 젊은 의원이 귀한 이유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이 일본보다 연공서열이 엄격한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체로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 연령이 낮고,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일 수록 젊은 의원이 많았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 나라들은 학생들에 대한 정치 교육에 열심이고 투표율도 높다. 유럽에서 고령의원이 많은 영국과 프랑스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 국회는 '늙었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집권여당인 자민당은 의외로 정년제도를 운영한다. 자민당은 중의원 비례대표 후보의 연령을 73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주요국의 거대 정당 가운데 국정선거 후보자의 연령 상한을 정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선진국 가운데는 벨기에 사회당이 투표일 기준 65세를 넘는 후보자의 비율을 전체의 15%로 제한하고 있다. 캐나다도 상원의원의 정년을 만 65세로 제한한다. 이란과 소말리아는 75세를 넘으면 입후보가 불가능하다. 반면 부탄은 65세 이상만 국회의원 후보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여성의원이 매우 귀한 나라이기도 하다. 2021년 3월말 현재 여성 중의원 의원은 46명으로 9.9%다. 세계 166위다. 한국의 여성의원은 19%로 121위다. 세계 각국 의회(양원제 국가의 경우 하원만 집계)의 여성의원 비율은 평균 25.5%였다.
일본은 1946년 4월10일부터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했지만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를 넘지 않았다. 여성의원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 계기는 1996년부터 선거제도가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비례대표 양립제로 바뀌면서다. 1996년 중의원 선거 결과 여성의원 비율이 4.6%까지 올랐다.
하지만 신인 여성 정치인보다 현직 후보를 우선시하는 일본 정당의 분위기 때문에 여성의원 비율은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여성의원이 높은 나라 1위는 르완다로 61%다. 53%의 쿠바가 2위다. 일정수 이상의 의석이나 후보를 여성에 할당하는 '쿼터제'를 채택한 나라의 여성의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소선거구제 등 다수대표제를 채택한 국가의 여성의원 비율은 28.6%에 불과하다. 르완다는 2003년 선거부터 국회의원의 30%를 여성에게 배분했다.
쿼터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현재 103개국이 쿼터제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나라의 70%가 쿼터제를 도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