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사이트에 '누드화'가?…파격 행보 선보인 미술관 [김동욱의 하이컬처]

입력 2021-10-18 06:06
수정 2021-10-18 06:48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관광청이 성인 사이트와 손을 잡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주요 SNS들이 유명 누드 예술작품을 '외설적' 이미지로 인식해 검열하는데 반발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빈의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소장한 각종 유명 누드 작품들이 SNS 알고리즘에서 잇따라 '외설물' 취급을 받았던 만큼, 일방적인 온라인 검열에 반발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빈 관광청은 최근 성인 전용 온라인 플랫폼인 온리팬스(OnlyFans)와 손잡고 '노골적인' 예술작품을 온라인으로 본격 홍보하고 나섰습니다. 온리팬스는 누드 묘사를 허용하는 유일한 SNS로 사실상 각종 포르노물의 소개 사이트로 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성인 사이트에 알베르티나 박물관과 레오폴트 뮤지엄 등 빈을 대표하는 미술관, 박물관 4곳의 예술작품을 올린 것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습니다.

빈 관광청이 이 같은 파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빈의 주요 박물관·미술관들이 소장한 유명 예술작품들이 주요 SNS에서 잇따라 '음란물' 취급을 받았던 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알베르티나 박물관의 공식 틱톡 계정은 올 7월 일본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품을 올렸다가 '누드 유해물'로 분류돼 계정이 일시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레오폴트 뮤지엄이 올린 콜로만 모저의 작품이 '잠재적인 포르노'로 분류돼 해당 작품을 소개할 수 없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2018년엔 빈 자연사 박물관이 소장한 2만5000년 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이 페이스북에 의해 음란물로 간주돼 플랫폼에서 삭제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같은 해 레오폴드 뮤지엄이 에곤 실레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누드 컬렉션을 홍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독일과 영국, 미국의 광고 규제 기관들이 도시 관광 캠페인에서 이들 누드 작품을 올리는 것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일부 작품이 대중을 대상으로 홍보하기엔 너무 노골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인데요.

빈 관광청 측은 "각종 판촉물에 누드 작품을 사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빈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제외할 수 없었다"며 "고민 끝에 성인 사이트와의 협업을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빈 관광청이 제공한 루벤스와 클림트, 실레, 모딜리아니의 작품들이 온라인 성인 사이트의 수준을 높이고(?), 작품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